등록 : 2014.11.05 19:23
수정 : 2014.11.0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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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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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를 내 손으로 자유로이 고르겠다는 홍콩 민주화 운동, 오랜만에 소식 전해드립니다.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 베이 지역을 점거한 시민들, 행정장관 후보자격을 제한하지 말고 자유로운 선거를 보장하라며 40일 가까이 노숙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서는 이미 16세기에 국왕을 선거로 뽑았다고 합니다.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하게 된 건 1789년 프랑스 혁명 뒤의 일이고요. 21세기 최첨단을 상징하는 아이폰 광고판 아래에서 18세기 이후 확산된 참정권을 위해 싸우는 모습이 생경스럽게 보입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는 펼침막 내용처럼, 자유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서로 맞잡은 사람들 땀과 눈물, 피로써만 얻을 수 있나 봅니다.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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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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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위한 노숙 투쟁과 빵 한 조각으로 급히 때우는 출근길 풍경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이라는 시 구절이 떠오릅니다. 민주주의는 머릿속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매일매일 편한 맘으로 밥을 먹기 위한 구체재인가 봅니다. 채 피어나지도 못하고 별이 되어버린 아이들 때문에, 200일이 지나도록 숨이 턱 막히고 분노가 치솟기도 하는 하루하루를,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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