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5.26 10:00 수정 : 2014.06.03 10:01

이갑수 소설 <아프라테르> ⓒ이현경



이갑수 소설 <6화>



누나는 책방에 있을 때보다 성당에 있을 때, 더 활동적이고 말도 많이 했다. 우리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돈을 내고 책을 빌려가는 손님은 공적인 관계지만, 성가대 동생은 사적인 관계니까. 우리는 누나와 자주 밥을 먹었고, 같이 노래방에 가기도 했다. 형은 싸움을 하지 않았고, 이상한 궁금증으로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다.

우리는 누나에게 의외의 취미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누나는 오토바이광이었다.

-아빠랑 수녀님한테는 비밀이야.

누나는 오토바이를 카센터에 맡겨놓고 새벽에만 탔다. 누나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는 무리는 대부분 남자였다. 형은 원동기 면허를 따려고 학원에 등록했다. 매번 필기에서 떨어졌다. 형은 누나에게 오토바이에 태워달라고 계속 졸랐다. 누나는 위험하다고 태워주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누나는 형을 오토바이 뒤에 태웠다.

-천국에 가면 어떤 기분일까요?

형이 그렇게 묻자, 누나는 형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시속 16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부드럽고, 빠르고, 무서웠어.

내가 천국이 어땠냐고 묻자 형은 누나의 허리를 잡았던 양 손바닥을 펼치면서 그렇게 말했다.

몇 주 후에, 누나는 진짜로 천국에 갔다. 오토바이가 가로등과 충돌했다. 브레이크 고장이라고 했다.

누나는 사흘 동안 병원에 있었다. 의사는 누나가 곧 깨어날 거라고 했다. 어디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잠시 기절한 것뿐이라고 단언했다. 근거는 시티 사진이었다. 엑스레이나 시티 사진을 판독하는 원리는 다른 그림 찾기와 같다. 건강한 사람의 사진과 비교해서 다른 부분이 있으면 병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누나의 시티 사진에는 단 하나의 다른 그림도 없었다. 누나는 깨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누나가 왜 깨어나지 않는지 알지 못했다. ‘아’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아무것도 없음과 알 수 없음.

형은 학교를 그만뒀다.

성당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나는 신부님에게 누나가 천국에 갈 것 같으냐고 물었다. 신부님은 대답 대신 성호를 그었다.

-여기가 천국 맞나요? 아님 말고요.

누나는 도착해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한겨레출판 문학웹진한판 바로가기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이갑수의 <아프라테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