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 소설 <10화>
그러고 보니 이것은 크리링 이야기다. 크리링은 원래 대머리가 아닌데, 수련을 위해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닌다. 결혼한 후에는 다시 기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머리일 때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크리링은 《드래곤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의아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다. 손오공과 베지터는 사이어인이고, 손오반과 트랭크스는 사이어인과 지구인의 혼혈이다. 피콜로는 나메크성인이다. 셀은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했고, 마인부우는 주술로 만들어졌다. 17호와 18호는 인조인간이다. 순수한 인간 중에 가장 강한 것은 크리링이다. 더구나 크리링은 거대 원숭이나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거나, 퓨전이나 귀걸이를 이용한 합체 같은 반칙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술을 갈고 닦고 수련할 뿐이다.
셀과의 싸움이 끝난 후에 크리링은 18호와 결혼해서 딸을 낳는다.
-이상형을 찾았어.
형은 아유미 사와무라라는 AV 배우를 만났다. 열세 번째 편지부터는 형 얘기보다 아유미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아유미는 소녀시대 티파니를 닮았어.
검색해보니 아유미는 두 편의 AV에 출연한 신인이었고, 실제로 소녀시대 닮은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비슷해 보였다.
-아유미는 노래도 잘해. 티파니와 아유미의 차이는 대체 뭘까?
형은 처음으로 질문으로 편지를 끝냈다.
나는 한동안 답장을 쓰지 않았다. 웹툰의 유료화 문제로 회사가 시끄러웠다. 광고만으로는 안정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없었다. 전면적이든 부분적이든 유료화가 필요했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볼 때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짜로 웹툰을 보는 것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유료화를 반대했다.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세 편을 가지고 유료화가 되면 계속 보겠느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87퍼센트가 보지 않겠다고 답했다. 회사는 유료화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피해를 보는 것은 만화가들이었다. 만화가들의 삶의 질은 AV 배우 연습생과 비슷하다.
-설득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 같아.
나는 형한테 그렇게 답장을 보냈다.
석 달째, 형한테 편지가 없다. 마지막 편지에서 형은 두서없이 많은 말을 했다.
-드디어 데뷔 날짜가 잡혔어.
아유미와의 촬영이었다. 아유미가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형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강간하는 내용이었다. AV 세계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성행위에 1만 시간 이상 노력을 기울이면 불구가 된다는 연구결과다. 형은 아유미와의 촬영 전날 1만 시간을 다 채웠다.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만화가들도 소재고갈이나 슬럼프로 갑자기 연재중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촬영 당일, 형은 몇 번의 시도 끝에 배역에서 잘렸다. 존슨이 형을 대신하기로 했다. 형은 존슨에게 배역을 거절하라고 말했고, 존슨은 거절했다. 형은 더 이상 존슨을 설득할 수 없었다. 형은 곧 쫓겨날 연습생이었고, 존슨은 주연이었다. 편지의 말미에 형은 아유미를 데리고 도망치겠다고 썼다.
어제 아유미와 존슨이 출연한 AV가 출시됐다. 나는 3,500원을 내고 그 AV를 다운받았다. 영상 속에서 아유미는 다섯 번의 섹스를 했다. 즐거워 보였다. 나는 사표를 썼다.
나는 만화를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가끔 끝까지 보지 않은 만화의 결말이 궁금할 때가 있다. 41권에서 크리링은 초콜릿이 되어 마인부우에게 먹힌다. 크리링은 어떻게 됐을까? 만약 당신이 《드래곤볼》을 끝까지 봤다면, 알려줬으면 한다.
아브라더, 아니 아프라테르.
(이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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