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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07 21:30 수정 : 2014.05.20 00:10

[우리 주변의 '세월호']
(2) 다중이용 시설

주요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적용할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 어떤 대응 계획에 따라 대처할지 확인할 길조차 없는 것이다.

<한겨레>가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상영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업계 1~2위 대기업 계열사 6곳에 화재 등 각종 위기 대응과 비상시 고객 대피 요령 매뉴얼을 요청한 결과, 롯데백화점과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씨제이 씨지브이(CJ CGV) 등 4곳은 관련 내용을 전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위기상황 발생 때 대응 방안을 공개했으나, 구체적인 행동 매뉴얼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상 6곳이 모두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신세계 계열사가 공개한 매뉴얼을 보면, 사고 유형을 화재, 테러, 시설물 사고, 화학물질 노출, 상해사고 등 5개로 나누고, 사고 정도에 따라 주의·경계·심각 등 3단계로 나눠 대처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비상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대피시킬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6개 기업은 매뉴얼 전부 또는 세부 내용에 대해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직원 개별 매뉴얼을 갖추고 있으며, 안전교육과 고객 대피교육을 상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비밀” 이유
롯데·CJ CGV 등 4곳 일체 비공개
신세계 등 2곳은 세부 내용 안밝혀

전·현직 직원들 “대피훈련 안해”
MB때 전수→샘플 조사로 법개정
소방서, 점검 7일전 미리 통보
제대로 된 안전점검 못 이뤄져

그러나 이들 기업이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직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의 한 복합상영관에서 6개월가량 일한 이아무개(23·여)씨는 “안전과 소방교육은 처음 입사할 때 한차례 있었을 뿐 교육 대부분은 고객 응대 요령과 영화관 관리에 관한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관리자급으로 일하고 있는 ㄱ씨는 “소화전·소화기 사용 등 소방교육은 실시하고 있으나, 고객 대피와 건물 붕괴 시 대응훈련과 같은 안전교육은 따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과 함께 대피 훈련을 할 수도 없고, 훈련을 하려면 백화점 직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현행법상 이들에게 판매 이외의 다른 일을 시킬 수 없게 돼 있다”며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백화점이 (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교육을 허위로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ㄴ씨는 “회사 쪽에서 안전교육을 하지도 않은 채 교육을 받았다는 교육 확인서에 서명하라고 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서에서 소방점검을 나오기 전에 회사가 미리 직원들에게 점검에 대비하라고 지시한다”며 “점검 전에 반짝 준비해 안전점검을 받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때 기존의 소방검사(전수조사)를 특별조사(샘플조사)로 바꾸는 내용으로 소방법(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특별조사 7일 전에 관계인에게 알리도록 한 탓이다. 제대로 된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대표는 “다중이용시설의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들이 어떤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에 안전관리를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기업의 안전관리와 사고 예방활동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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