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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7 17:28 수정 : 2006.11.27 17:30

서홍관/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야!한국사회

익산의 한 양계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견되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3년 전 충북 음성군에서 오백만 마리의 닭이 처분되었고, 이번에도 약 20만 마리의 닭을 처분한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공포감이 생긴다. 더구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생물 테러로 이용될 수 있다거나, 국가 안전보장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은 이에 근거를 더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조류 인플루엔자는 우리에게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 이 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한두 가지 짚고 넘어갈 것들이 있다. 우선 우리 몸에는 얼마나 많은 박테리아가 있을까 하는 문제다. 우리 몸의 피부 1제곱센티미터에는 약 10만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으며, 한 사람의 피부 전체에는 대략 1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몸의 장에도 약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데, 이들은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기는커녕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까지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 몸은 약 1경(만 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 몸에 사는 박테리아는 10경 마리나 된다. 이는 마치 우리 몸이 미생물 삶터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하게 된 이래 인간은 미생물과 끊임없이 투쟁과 화해를 거듭해 왔다. 따라서 많은 미생물은 인간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공생하고 있으며,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인간과 오래 같이 살면서 증상도 가벼워지고 치사율도 낮아진다. 예를 들어 홍역은 우리나라에서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병으로 간주되었지만 똑같은 바이러스라도 이를 처음으로 접촉했던 피지제도의 주민들은 80%가 사망해야만 했다. 우리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야생 조류들에게 떠도는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닭과 같은 가금류에 걸리는 것인데, 닭도 이들 병원체가 낯설기 때문에 치사율, 전염력이 매우 높다. 따라서 감염원이 될 수 있는 닭을 모두 매장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이 조류 인플루엔자가 인간에게 전파된다면 인간은 평소에는 접촉하지 않는 병원체여서 닭보다도 더 낯설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치사율이나 전염력도 높을 가능성이 많아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금류에서 인간에게 전파되는 일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실제로 자연상태에서 발생되는 일이 극히 드물고 다행히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일이 없다.

그럼 이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견된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정부 방역당국에서는 감시체계와 방역체계를 완벽하게 해야만 할 것이고, 모든 가능성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양계농가는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신고하고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뭘 조심해야 할까? 혹시라도 닭튀김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공기 전염으로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릴 가능성은 없는가? 양계장 근처를 걷다가 전염될 가능성은 없는가? 정답은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닭과 그 배설물을 직접 만지고 작업하지 않으면 걸릴 가능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마도 닭튀김 집이나 양계장 근처를 다니다가 조류 인플루엔자로 사망할 확률보다는 음식점 주변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백배 쯤 높을 것이다. 따라서 굳이 우리가 지금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원래 하던 대로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먹어주는 일만 남았다고나 할까.

서홍관/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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