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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대중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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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최초의 남북 합작 드라마인 한국방송의 <사육신>이 지난 목요일에 막을 내렸다. 오로지 낮은 시청률로만 이야기되는 작품이 되고 말았지만, 이 작품은 이렇게 치부되고 끝날 작품이 아니다. 여태까지 남북 문화교류의 수준으로 보아 방송극의 합작 성공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공연예술 교류는 남북의 노래와 춤이 한 무대에서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고, 애니메이션에서는 북한이 단순 하청을 맡는 방식이었다. 그에 비해 행사 프로그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남북 주민이 함께 시청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합작했다는 것은 여태까지의 교류 수준을 크게 진전시킨 것임이 분명하다. 물론 이는 북쪽의 적극적 교류 의지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곧 남한의 현금을 바라고 행한 교류가 아니라, 진정으로 남한 드라마의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보이는 것이다. 북쪽으로서는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조선조 정사 소재의 왕조사극을 남쪽의 도움으로 성공해 보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의 수도인 서울의 체험이 없는 사람들이 조선조의 왕조사극에 도전하는 것은, 그야말로 문헌 조사와 상상력만으로 경복궁 세트를 짓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왕조사극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궁중 의상과 분장, 무대미술 등도 매우 큰 벽이었을 것이다. 이것 모두 <한국방송> 드라마 제작 노하우가 전수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최초의 디지털 제작과 동시녹음 등 드라마 제작 기술의 진전 역시 그들의 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방송은 제작비의 80%를 현금 아닌 기자재로 보냈고, 전분야 스태프 기술진들이 북쪽과 일대일로 만나 노하우 전수를 했다. 연출은 오로지 북에서 맡아서 한 것이지만, 극작의 경우 남쪽 작가와 북쪽 작가가 일주일이 넘게 숙식을 함께 하면서 토론하고 수정한 것이라는 점도 놀라운 대목이다. 북한식 인물과 서사의 특성은 뚜렷하지만, 주인공 성삼문의 애정갈등 등은 남한 드라마의 서사 관행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시피 시청률은 바닥이었다. 시청자들은, 충성과 진지함으로 똘똘 뭉쳐진 인물들은 촌스러워 보였으며, 맹숭맹숭한 카메라 워크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고, 심지어 자막의 북한 글씨체와 절반의 후시녹음 흔적이 불편해 곧 채널을 돌리게 되지만, 사실 작품의 질은 예상보다 높았다. 수양과 한명회의 인물 형상화와 연기는 매우 훌륭했고, 속도도 그다지 느리지 않았다. 단지 우리에게 낯설고 불편하여 재미가 없을 뿐이다.(한국방송 프라임에서 방영해주는 10여년 전 드라마 <한명회>와 비교해 보니 더더욱 그랬다.) 그러고 보면 <사육신>에 대한 무관심은, 북한 예술문화 자체에 대한 남한 주민들의 전반적 무관심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 보는 것이 옳다. 우리는 교예단이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처럼 북쪽 사람이 직접 남쪽에 오는 경우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사람은 오지 않고 작품만 오는 경우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최고급 미술품이 전시되고 영화사에 이름이 남을 작품이 상영되어도 그저 무관심이었다. 즉 남쪽 주민들은 북쪽 사람이 휴전선을 넘는 다소 정치적 사건 정도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북쪽 문화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아마 이 무관심은 남북 문화교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교류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인 호기심과 관심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 낯선 문화와 어떻게 소통하며 공존할지, 이것이 어려운 숙제인 셈이다.이영미/대중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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