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21 18:33
수정 : 2007.11.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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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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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인터넷 언론이라는 것이 생기고, 지금과 같이 특수한 언론환경이 한국에서 조성된 것은 2002년 대선을 즈음한 일이라고 알고 있다. 오랫동안 이런 인터넷 언론은 도대체 어떻게 경제적 기반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싱가포르에서 조사한 시민들의 인터넷 신문에 대한 ‘지급의사’를 보고서야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꼭 한국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에게 인터넷 언론에 대한 지급의사는 ‘0원’이다. 즉, 돈을 내고 인터넷 기사를 보고 싶은 사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론적으로 생각한다면, 개인들의 지급의사가 ‘0원’이라면 도대체 이런 생산자가 시장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무가지’라고 불리는, 실제로 아무런 대가를 독자들에게 받지 않는 언론들은 이미 등장한 상황이다. 돈을 내지 않고도 특1급 정보는 아니라도,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고급정보에 해당하는 것들에 무상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굳이 정보에 돈을 내라고 하는 것도 웃기기는 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언론의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라는 다른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질문을 해보자. 과연 언론이 필요한가? 또 물어보자. 과연 자본의 힘, 즉 광고의 힘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이 필요한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정보를 얻자면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서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또 누군가는 우리를 대신해서 그것을 문자 혹은 사진 형태로 만들어내야 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한 존재라서 자신에게 월급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부 공무원들은 자신의 상관이나 뒷돈 주는 업자를 주인으로 섬기기도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지금 인터넷 기자들을 먹여 살리는 존재는, 독자도 시민도 국민도 아니고 대개는 광고를 게시하는 기업이다. 기계적인 시장논리대로 말한다면, 이들이 광고주에 복무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어째 좀,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최근 <시사IN>이 자본으로부터의 언론독립을 선언한 기자들에 의해서 창간되었고, 언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거리를 하나 던져주었다. 생각해보면, 지난 2∼3년 동안 수많은 매체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갔다. 계간지 <당대비평>을 비롯해 많은 잡지들이 사라졌고, 출자금 유치에 성공했다던 인터넷 신문 <코리아포커스>가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최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 ‘제3의 주인’이라는 이름으로 시민 지지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서, 언론의 경제적 토대라는 쉽지 않은 고민거리를 안게 되었다.
담배회사의 내부 고발자를 다룬 영화 <인사이더>에는 “당신은 비즈니스맨이냐, 뉴스맨이냐?”는 질문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뉴스맨’이 더 많아야 한다. 개인의 지급의사는 ‘0원’이라도, 사회적 지급의사는 언론의 공적기능의 함수다. 음성적 부패와 은밀한 결탁을 예방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사회적 가치는 수십조원은 족히 될 성싶다. 이제, 인터넷 신문에도 자본의 광고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경제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좋은 언론은 사회의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기자’들의 활동을 지지하고는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비즈니스맨이 아닌 ‘뉴스맨’, 이들을 독자와 시민이 지지하는 사회, 한국이 해볼 수 있는 좋은 사회 모델의 하나일 것 같다. 진정한 기자에게 지갑을 열고 싶은 사람들이, 다행히도 아직은 남아 있는 것 같다.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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