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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3 20:39 수정 : 2008.01.23 20:39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1980년 미국의 도널드 레이건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몇몇 법령에 사인을 했는데, 그 중에 ‘슈퍼펀드법’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연방환경법이 들어 있었다.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추진할 것이라고 하는 ‘대운하법’과 좀 비교된다. 슈퍼펀드법은 세계적으로 처음으로 토양오염을 비롯한 환경 ‘복원’이라는 개념을 체계화한 경우라서 여전히 환경법에서는 중요한 법으로 여기는 법이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20조원 정도의 슈퍼펀드를 운용하면서 환경복원 사업을 예비하고 있고, 이를 슈퍼펀드라고 부른다.

발단은 대운하와 비슷하다. 윌리엄 러브라는 사람이 나이아가라 폭포와 5대호 주변의 10㎞에 운하를 파기 시작했고, ‘사랑의 운하’(러브 캐널)로 불리던 이 운하가 결국 ‘악마의 운하’(데블 캐널)로 불리게 된 사건이 1978년 터진 것이다. 이 당시 운하 주변에서 태어난 어린이 16명 중 9명이 기형아였고, 지역 여성의 유산율이 평균보다 네 배 높았는데, 방치된 운하가 결국 중금속 폐기물의 비밀 폐치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악마의 운하를 복원하느라 슈퍼펀드라는 것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는 이 순간을 ‘복원 시대의 도래’라고 부른다.

환경부 장관이 ‘승인’하는 환경영향 평가는 환경부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맘 먹고 인선하면 사실상 의미 없는 제도이고, 이 특별법은 국회의원 과반수로 제정된다. 제주특별도의 경우와 같이 각종 평가제도에 단서를 다는 법률이 이미 시행된 적이 있으므로 법률적 하자는 없다. 행정 절차상 대운하의 법률적 장애는 현실적으로 4월 총선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이재오 의원이 “의견은 듣되 운하는 판다”고 말하는 것인데, 그의 말은 사실이다.

길면 10년, 짧으면 5년 후에 대운하 구간은 환경 복원의 대상이 된다. 식수원, 홍수관리, 생태조건의 변화라는 세 가지를 버틸 수 없으므로 결국 복원하게 된다. 그게 세계적 흐름이고, 객관적 조건이다. 그러나 지금 누구도 막 출발을 준비하는 힘좋은 이명박 정부를 제어할 수는 없다. 이럴 때에는 수만명이 새재(조령) 터널에 드러눕는 수밖에 없는데, ‘찌짐이’라고 부르는 전기충격기 도입을 인수위에서 검토한다니 많은 국민은 결국 찌짐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답답하기는 한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현실이다.

내가 알기로는 최소 국민의 절반은 대운하에 반대한다. 그런데 할 게 없다. 이럴 때 ‘내셔널 트러스트’라고 하는, 쉽게 말하면 국민들이 직접 돈을 내서 필요한 공원이나 숲을 매입하는 게 있다. 반대하는 국민들이 한 평씩 땅을 산다고 해 보자. 원래는 5만원도 안 하던 땅이 대운하로 30만원까지 올라간 구간도 있다. 이렇게 후손들에게 생태계를 물려주기 위해서 반대하는 국민이 한 평씩만 산다고 하면, 6조원 정도 된다. 3인 가족 기준으로 90만원 정도인데, 중산층까지는 ‘국토 소유’의 상징적 의미로 이 정도는 낼 수 있을 것 같고, 지식인·기업인·문화인들 중 대운하가 싫은 가난한 사람들의 땅을 대신 매입해서 기증한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펀드가 마련될 것이다. 그걸 ‘조령펀드’라고 부르고, 한국식 슈퍼펀드처럼 운용하자.

정부는 새재에 구멍을 뚫어버린다고 했지만, 그걸 국민의 돈으로 사버리면 될 거 아닌가? 이른바 신개념 펀드, ‘조령펀드!’ 무배당·무이익·무환금성, 그러나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새재를 넘겨줄 수 있다. 국토의 한 평에 대해서 주인이 되는 신개념 조령펀드, 우리가 국토 한 평씩만 사면, 미국에서 있었던 ‘악마의 운하’ 사건을 예방할 수 있고, 국토생태의 신시대를 열 수 있다.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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