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2.18 19:11 수정 : 2008.02.18 19:11

윤태진/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야!한국사회

강금실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이 며칠 전 이명박 당선인이 숭례문 화재의 원인 제공자라는 주장을 했다. 문화재청이 개방을 반대하는데 경비대책도 없이 개방을 밀어붙였다며 국민성금 모금 제안은 책임 회피를 위해 제안한 ‘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문화재 관리를 내팽개치다가 일이 터지니까 엉뚱한 데 책임을 전가한다”며 “마치 교통사고가 나니까 자동차 발명한 사람한테 시비 붙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다지 적당한 비유 같지는 않다. 구조적 결함이 있어서 사고 날 위험이 높은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사고 낸 사람이 시비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통사고가 많다고 자동차를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 발명한 사람한테 항의하는 것도 결국은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함이다. 문제가 터졌을 때 굳이 책임 소재를 가리려 애쓰는 이유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발명가를 비난하건 운전자를 비난하건, 고장난 신호등을 욕하건 종국적으로는 문제를 잘 해결해 자동차 교통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자동차를 없애는 것은 해결책이 못된다. 예를 들어, 사교육이 아무리 문제기로서니(1980년의 쿠데타 정권은 해냈지만) 이를 하루아침에 금지할 수는 없다. 아이의 공부를 방해한다 해서 게임이나 텔레비전을 없애자고 할 수도 없다. 게임이나 텔레비전이 가진 긍정적인 가치를 찾아내서 이를 극대화하는 편이 더 당연하고 상식적인 제안이다.

그런데 공영방송 논란을 들을 때마다 자꾸 ‘자동차 폐기론’이 생각난다.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부터 <한국방송> 2와 <문화방송>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솔솔 흘러나온다. 공영방송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참 이상하다.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국가의 기능 아니던가? 최근에는 <문화방송>의 한 프로그램이 교회 문제를 제기했다 하여 한국교회언론회가 일간지에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였으므로 민영방송으로 전환되기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이것도 이상하다. 공영방송 자격은 누가 심사하는지, <문화방송>이 정말 그 자격을 상실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공영성이 죽었다고 판단되면 살릴 생각을 해야지 왜 민영화하라는 걸까? 민영방송이 되면 공영성이 생긴다는 이야긴가?

물론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이 공영방송 몫을 충분히 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광고가 가득 찬 채널이 공영방송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비정상적이다. 사회적 쟁점에 대해 늘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했다고 자신하기도 어렵다. 경영 상태가 방만한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채널 하나를 쑥 빼내서 민영화하자는 주장은 자동차를 없애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여가활동은 텔레비전·라디오 ‘보고 듣기’였다. 무려 95.2%였다. 장삼이사의 주된 여가활동을 공영방송 하나와 상업방송 서너 채널로 채운다는 상상은 너무 끔찍하다. 교육과 방송은 기업적 효율성으로 평가되어선 안 되는 부문이다. 보편성과 다양성이 담보된 문화복지 차원에서 논해야 한다. 안 그래도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한다니 혹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날까 걱정되는 판에, 기업논리가 지배하는 지상파 방송이 되면 상업성만 두드러지는 텔레비전이 될까 겁난다. 제기능 못하는 공영방송을 없애라고? 불이 나도 제기능 못한다고 보안장치들도 다 없애 버리면 속이 시원할까?

윤태진/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공감세상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