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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1 20:02 수정 : 2008.07.21 20:02

이범 곰TV 강사

야!한국사회

건설관료와 건설업계의 상부상조 관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를 올바로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교육관료와 사교육업계의 공존공생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를 올바로 인식할 수 없다. 외고를 만들어놓고 추가로 국제고를 만든다든지, 과학고를 만들어놓고 추가로 영재고를 만드는 행태야말로 관료와 업자의 공생 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육관료들은 특목고의 기능을 재정립하거나 선발 방식을 교정하는 일에는 뒷전이고, 영재고나 국제고와 같은 새로운 특목고를 창출하는 데 앞장선다. 왜 그럴까? 그 편이 교육관료들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예산, 더 많은 권한, 더 많은 직원과 더 많은 승진기회 … 이들에게 특목고 난립으로 인한 투자 효율 저하나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대중의 고통은 둘째 문제이다.

2000년대 들어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이를 근거로 영재 발굴 및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관료들의 자기이익 추구가 통제되지 않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선진국에서 영재는 별도의 시험으로 가려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반 교사의 관찰과 추천으로 발굴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선별된 학생들은 영재교육원과 같은 별도의 기관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다니던 학교 내에서 추가의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조용히’ 영재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과정이 되면 과목별로 ‘honor class’나 ‘AP’와 같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원하는 학생은 좀더 수준 높은 학과 교육을 일반 학교에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다른 영재교육 체계를 갖게 되었는가? 일단 영재 선별 과정이나 교육과정을 일반 학교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관료들은 일반 학교와 연관된 영재교육 관련 부서 하나 정도를 겨우 신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재교육원이나 영재고등학교 같은 별도의 교육기관을 신설하고 선발과정을 독점하게 되면, 관료들의 영역과 이익은 훨씬 커진다. 폼(!)도 난다. 물론 별도의 교육기관, 별도의 선발제도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의 창출을 의미하며, 학원업자들은 여기에 냉큼 달려들어 단물을 초과 추출한다. 교육관료들의 영역확대욕과 사교육업자들의 이윤추구욕 사이에 행복한 교집합이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예 수월성 교육을 위해서는 별도의 학교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일부 교육관료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이것을 사교육업계에서 받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이게 얼마나 해괴한 논리인고 하니, 선진국 치고 고등학교 이하 단계에서 정부가 별도의 엘리트 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수월성 교육은 일반 학교에서 추구해야 할 보편적 목표이지, 별도의 학교에서 별도로 추구해야만 하는 특별한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일반 학교’에 관심이 없는 우리의 교육관료들은 대중의 ‘닥공’(닥치고 공부해라) 감수성에 편승하여 새로운 유형의 학교 목록 늘리기를 즐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 간다.

교육 문제에 관하여 한마디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무엇보다 먼저 똑똑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관료들이 ‘일반 학교’의 재활에 별다른 관심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건설관료들이 자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항상 새로운 도로와 새로운 개발을 원하는 것처럼, 교육관료들도 자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시험을 원한다. 그 속에서 사교육비는 무럭무럭 자란다. 그야말로 ‘관료’와 ‘업자’의 상리공생이다.

이범 곰TV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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