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3 21:40
수정 : 2008.07.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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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고려대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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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아는 사람 하나가 최근에 회사에서 중형 세단을 뽑아 줬다. 작년 여름 함께 놀러 갔을 때만 해도 어른들 말대로 국으로 사대나 갈 걸 남는 점수 아까워 커트라인 높은 과 가서 이 고생이라고 하소연하던 이다. 그이가 차 한 대로 교사직에 대한 선망을 눙쳤는지 확인하진 않았으나 이 어려운 때 잘나가는 회사도 있다니 한국경제 희망 있다. 학원 기업.
미국 쇠고기를 선전하느라 혈안이 된 ‘지도층 인사들’을 보며 저게 뭔가 싶었다. 판매량을 확보해 준다는 이면계약이라도 있었나? 다음 선거를 걱정해야 할 이들까지 추레한 식욕으로 한우농가와 촛불민심에 대못을 탕탕 박는데, 그들이 정치적 윤리적 심미적 무뇌아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답은 하나, 내 편 네 편 가르는 패거리식 사고(그게 사고라면) 때문이다. 한번 편을 가르면 사안마다 시기마다 주체적인 판단을 할 필요 없이 다만 투철하게 일관되기만 하면 된다.
이제 교육감 선거 갖고는 전교조냐 아니냐로 나눈단다. 이는 나름의 교육철학을 펼쳐 보려고 나선 여러 후보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교육에 대한 온국민의 여망을 조롱하는 것이다. 교사단체 장을 뽑는 것도 아닌데 웬 전교조 대 비전교조/교총? 이번 선거는 이제 처음 내 손으로 뽑을 수 있게 된 교육감을 통해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숙고여야 한다. 사람마다 교육철학과 방법론이 다르고 학부모들은 제 자식이 공부를 잘하냐 못하냐로 구체적인 요구가 갈릴 거다. 나부터도 한 애는 열공파고 한 애는 느긋한 독서파니 내가 뭘 원하는지 “내 안에 내가 너무 많다.”
그러나 단기적 이해관계와 세부 사항을 떠나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이 어떻길 바라는지 그려보자. 적잖은 사람들이 희망 없이 가난에 갇혀 원한과 폭력으로 치닫고, 가진 자들은 부들부들 떨며 중무장한 안전요원이 지키는 높은 벽에 갇혀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교육이 가난을 대물림하는 확실한 길로 되게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을 봐야 할 것이 사교육이다. 우리 교육이 사교육의 영향력과 논리를 격파하느냐, 한 수 접고 들어가 필경 지고 말 경쟁을 벌이며 닮아 가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부모들은 사교육의 덫에 걸려 수입의 압도적 부분을 쏟아부어 학원 서너군데 보내놓고 장시간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자식 모습을 측은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며 그저 지들 먹고 싶다는 것 해 주고 갖고 싶다는 것 사 주는 걸로 위무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에 분노한다. 공부에 시달린 아이들은, 책도 영화도 공부로 접근당한 그들은 아무 건더기 없는(학습적 요소 없는) 말초적인 것만 재미있어한다. 리얼리티 쇼라든가 뭐 그런. 달걀처럼 표정이 없고 도통 즐거워하는 적이 없는 새끼들이 웃고 좋아하니 저게 뭔가 싶어 그 바보쇼를 온 가족이 함께 본다. 매개된 소통, 최소의 교감.
오죽하면 전두환 다시 불러! 하겠나. 블랙유머도 보통을 넘는 그 말엔 진지하고 절박한 요구가 담겨 있다. 독재자라도 좋다. 누구 이 과외문제 좀 해결해 다오. 혹은, 쿠데타 안 되면 국민투표해서 과외를 금지시키자 등.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낱낱이 촉수를 뻗쳐 부모 등골을 빼고 그렇게 쓸어모은 돈으로 학원재벌은 골프장도 사고 방송도 사고 최근에는 학교도 샀다. 그들의 이익 추구는 시험지나 교재를 파는 소박한 수준을 넘어 공교육의 필요성 자체를 흔드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교육감 후보들을 간 보는 한 기준을 마련했다. 사교육의 로비가 뻗쳤을까 아직 아닐까.
김미영 고려대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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