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8 20:52
수정 : 2008.10.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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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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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파리 잡겠다고 망치를 꺼내 드는 행동을 정상이랄 수는 없다. 온전한 정신으로도 망치를 꺼내 든다면, 망치가 조준하는 것이 파리가 아니라 파리가 앉아 있던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라는 망치를 꺼내 들 법적 근거로 내세우는 주장들에 대해 간략한 반론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야의 연구나 전문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에 관하여는 이미 참고할 수 있는 상당한 분량의 논문들이 나와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께서도 참고하시길 바란다.
전여옥 의원은 “사이버 모욕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파리채가 없으니 망치를 꺼내 들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모욕 행위에 대하여 형법의 모욕죄가 적용된다는 것은 법리적인 논쟁이 되지 않는 명확한 문제다. 정보통신망법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별도로 규정한 것은 전자게시판 등이 형법상 ‘출판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법적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욕죄에 대해서는 이러한 논란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나경원 의원은 “인터넷이 법치주의의 예외 공간”일 수는 없다고 한다. 유행하는 ‘법치’의 인터넷 버전이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과잉 입법에 의한 인터넷 공간의 왜곡이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공직선거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법, 형법 등에서 이미 상당한 규제를 하고 있다. 최근 입법조사처에서는 실명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모욕죄의 법정형이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 의원은 임수경씨 사건까지 다시 거론하며, “아이를 잃은 어머니에게 엄청난 공격성 댓글을 단 사람들이 벌금형만 받았다. 이게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다. 파리채로는 파리 못 잡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법원의 양형과 법정형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형법상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 같은 ××”라는 발언만으로도 적용될 수 있는 모욕죄에 대하여 이보다 더 중한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경우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보다 벌금형만을 가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 이론적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실효성도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망치를 꺼내 든 가장 핵심적인 이유인, 친고죄 규정이 문제라는 주장은 어떤가. 파리채를 쓰는 것이 제한되니, 망치를 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프라인보다는 사이버 공간의 모욕 행위를 친고죄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 인터넷이 여론 형성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만큼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할 장치는 법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떻게? 다른 범죄들과 달리 사이버 모욕죄에만 수사권 남용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을 둔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모욕죄가 보호하는 법익의 성격에 맞게 친고죄 규정을 유지하는 것이 해답이다.
이제 사이버 모욕죄와 같은 비생산적인 논쟁이 아니라, 다른 문화, 윤리, 제도, 기술적 접근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악플러를 파리에 비유한 꼴이 되었다. ‘모욕’이 되었다면 용서하시길 바란다. ‘희생양’, ‘희생소’에 이어 ‘희생파리’까지. 게다가 죽음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잔혹한 시절이니.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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