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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9 19:03 수정 : 2008.11.20 09:50

정정훈/변호사

야!한국사회

복지국가에서 경찰국가로 변화. 서구 학자들이 지적하는 신자유주의 시기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시장의 불안정성과 불평등한 결과에 개입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국가적 정당성을 포기하고, 국가는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 “국가가 경제적 영역으로부터 물러나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형사적 개입의 확대와 강화”로 변화시킨다. 시장에서의 “작은 국가”가 치안을 명분으로 “큰 국가”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다.

높은 실업률과 사회적 안전망의 해체 등으로 국민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그 ‘결과’ 사회적 불안감이 터질 듯 팽팽해지고, 간혹 일탈적 범죄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는 사회적 불안의 ‘원인’이 범죄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전시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치안 공백을 막고,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과 계획을 세운다. 통계상 범죄 발생률이 높은 공간이 표본으로 선택된다.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해 그 공간으로 열린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대대적인 범죄자 소탕 작전을 벌인다. 사회의 구조적 불안을 숙주 삼아 국가의 경찰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는 것이다.

사회의 불안을 전가하는 가장 “편리한 표적”은 내부의 이주민들이다. 이주민에게는 ‘범죄자’, ‘슬럼’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부과되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가정된다. 2005년의 프랑스 소요 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사건의 근본에는 범죄자로 낙인찍혀 게토화된 공간에 폭력적으로 격리된 아랍 출신 이주민들의 역사적 삶이 있었다. 그들의 삶에 쌓인 분노와 증오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은 프랑스 정부의 폭력적 대응이었다. “쓰레기 불량배들을 진공청소기로 쓸어버리겠다”는 당시 사르코지 내무장관(현 대통령)의 발언은 이주민들의 돌멩이와 화염병이 되어 프랑스 사회에 되돌아갔다.

최근 경기도 마석에서 경찰력을 동원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단속이 있었다. 법무부는 차량과 경찰력으로 공단의 어귀를 에워싸고 토끼몰이식 단속을 진행했다. 인권단체의 실태 조사에 의하면, 단속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무시되고, 적지 않은 부상자가 났다고 한다.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 수갑부터 채운 사례도 보고된다. 공장 관리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무단으로 진입해 단속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도 무시되었다.

인간적 존엄을 송두리째 말살한 단속에 대하여,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밀집지역이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치안 부재 현상이 심화”되어 “국법 질서의 유지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한 것이었다고 경찰국가적 논리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2006년 한국인 범죄율이 4%인 반면 외국인 범죄율은 1.3%에 불과하다. 또한 ‘불법체류자’가 많은 국가 출신의 범죄율은 오히려 평균보다도 더 낮았다고 한다. 법무부 주장은 “표적”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불법’을 단속한다는 명목의 ‘불법’ 절차가 용인될 수는 없다. 법무부야말로 법질서를 본질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마석의 불행한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파리를 불태운 것과 같은 증오와 분노의 불씨를 키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불법체류자’라는 “편리한 표적”을 통해서 사회의 불안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경찰국가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섬세하게 포착해볼 일이다. 이 문제를 놓치는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글 중의 인용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들>)

정정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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