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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4 19:33 수정 : 2008.12.24 19:33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세상에는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움직이던 1990년대가 끝나던 지난 10년 전, ‘혁신’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는데, 최근에는 ‘창의’가 유행한다. 확실히 서울시장인 오세훈이 이런 유행에는 민감한 편이라서 서울시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창의 시정’이라는 말을 간판으로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한 ‘삽질 시정’을 보면서 뭐가 창의인지는 아직 느낌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군사독재에서 노무현 정부까지도 버텨 온 동대문 운동장을 결국 부순 오세훈이 창의적인지에 대해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물론 대통령인 이명박과 비교하면, 어쨌든 ‘순수 삽질’과 ‘응용 삽질’이라는 점에서 오세훈이 약간 창의적 삽질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어쨌든 이 질문을 교육 시리즈의 네번째이자 마지막인 이번 칼럼에서 대학교육에 대해서 던져보면 어떨까?

몇 가지 통계나 조사들을 찾아봤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생들의 공부 실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나 이런 걸로는 거의 최상위급에 속한다. 이들이 창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글을 읽거나 뭔가 습득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2004년 자료이기는 하지만, 일본 국제과학진흥재단에서 한국·중국·일본·싱가포르 네 나라 이공대생의 학력을 비교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한국은 꼴찌였다. 중국보다도 뒤처진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여러 경로로 만나는 내 느낌도 사실 그러하다. 솔직히 말하면, 말레이시아의 괜찮은 대학들은 물론이고, 중남미의 대학생도 한국 같지는 않다. 내 경험 범위에서만 비교해 보면 아프리카의 알제리나 모로코의 대학생들도 한국 대학생들보다는 창의적이다. 인도? 비교하기가 부끄럽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세계 최고 수준의 초등학생들이 대학생이 되자마자 세계 최하위권이 되는 것일까? 답이야 너무 뻔하다. 6년 동안 사교육으로 암기기계를 만들었는데, 대학생이 되었을 때, 제대로 뭔가 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 상황은 서울대에서도 이공대생에게 수학 보충수업을 시켜야 한다는 둥, 기업에 적합하게 인재교육을 시키라는 둥, 갖가지 형태의 불평으로 나타나지만, 어쨌든 원인은 동일하다. 학원 다닌 학생들에게 다시 공부할 능력 혹은 상상할 능력을 회복시켜 주는, 그야말로 ‘인성 회복’이 대학의 소임인 셈이다.

더 놀라운 얘기 몇 가지를 해드릴까 한다. 최근 아주 좋은 대학교에서 학생관리를 맡고 계시는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가, 입학할 때는 외고 등 특목고 학생들의 점수가 좋은데, 대학교 2학년 정도 되면 결국 일반계 고등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인 얘기가, 농어촌 전형으로 입학한 ‘완전 촌놈’들이 의외로 맹활약한다는 것이다. 결국 암기교육으로 대학 입학하는 과정에서는 ‘도곡동 슈퍼맘’들의 교육이 의미가 있지만, 대학 이후에는 이런 사교육을 거치지 않은 학생들의 잠재성이 비로소 살아난다는 것이다.

자, 이 상황에서 대학교육은 어떠해야 할까? 사교육의 후유증을 치유하며, 스펙 열풍 속에서도 ‘창의성’을 살려주는 것, 이게 길이 아닐까 한다. 학원교육 들었던 학생은, 딱 결론만 정리해 주지 않고 또한 반복설명을 하지 않는 대학 강의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창의의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 한국에서 상아탑이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아직은 존재하는 것 같다. 사교육으로 굳어버린 대학생의 심성, 그것을 흔들어야 한다.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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