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3.30 21:53 수정 : 2009.03.30 21:53

이범/교육평론가

야!한국사회

작년 총선 때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면서, 상당 시간을 ‘특목고가 유치되면 집값이 오르고 교육 여건이 좋아진다’는 통념을 반박하는 데 할애해야 했다.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 대원외고나 서울과학고 주변의 집값이 높은 게 아니라 특목고 전문학원이 밀집된 대치동의 집값이 높다는 점. 둘째로 특목고가 유치되어 명문이 될수록 정작 인근 지역 학생들은 그 학교에 들어가기 점점 힘들어진다는 점. 입시전문가가 보기엔 너무나 뻔한 이 같은 사실이, 한국사회 특유의 교육과 부동산이 얽힌 욕망의 색안경을 통과하면서 주민들에게 강렬한 착시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제주도에 영리학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도 이 같은 착시효과 탓일 것이다. 3월3일 국회를 통과하고 25일 발효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에 근거하여, 2011년부터 제주도에 새로운 유형의 국제학교들이 개교한다. 기존의 외국인학교와 달리 내국인이 무제한으로 입학할 수 있고, 졸업시 국내 일반 학교와 동일한 자격이 주어지므로 국내 대학 진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운영이나 교육 과정의 자율성은 거의 완벽한 수준이어서, 기존 초중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의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이익 송금이 불허되긴 하지만, 콘텐츠나 컨설팅 제공의 대가로 포장하면 이를 차단하기 어렵다.

이 법안을 주도해 온 세력은 제주 국제학교가 조기유학 수요를 대체할 것이란다. 하지만 조기유학 수요자들이 영어권 국가의 학교나 중국·동남아의 국제학교 대신 제주도의 신설 국제학교를 택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초등 조기유학 수요층은 대체로 영어권 국가에서 2년 정도 머물며 영어 구사 능력을 도약시킨 다음 귀국하여 외고 진학을 노린다. 이런 목적이라면 거의 전원 한국 학생들로 구성된 제주 국제학교는 적합하지 않다. 영어 몰입교육을 해 온 영훈초등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영어권 국가의 공립학교에 보낼 경우 학비가 면제이므로 체류비만 부담하면 되는 데 반해, 제주 국제학교는 학비와 체류비가 모두 필요하므로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결국 조기유학 수요 대체를 목표로 삼을 경우, 학생 모집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제주의 국제학교를 위탁운영할 외국의 학교법인은 ‘최소수익 보전’을 요구할 것이다. 학생 모집에 실패하면 혈세로 메우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제주 영리학교는 인천공항철도처럼 ‘세금먹는 하마’가 될 위험이 있다.

또다른 대안이 있긴 하다.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직영하는 모델이 거론되는 마당에, 민족사관고를 모델 삼아 국내외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슈퍼 민사고’를 만드는 것이다. 개교할 때부터 입시 명문을 표방하여 최상위권 학생을 선발하고 명문대 진학에 최대한 유리한 커리큘럼으로 중고등 과정을 운영하면, 기존 민사고를 능가하는 ‘슈퍼 민사고’를 금세 만들 수 있다. 사교육업계의 기획진이 결합하여 각종 경시대회나 캠프 등을 만들어 홍보와 수익사업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게다가 제주 직항 편이 존재하는 서울과 지방 대도시의 경우 민사고가 위치한 횡성보다 제주도가 심리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가?

결론은 혈세를 유출하거나, 아니면 사교육 시장을 크게 자극하거나. 이 법안을 주도한 제주도지사와 제주 지역 국회의원들, 그리고 통과에 합의해 준 민주당은 과연 계산기나 제대로 두드려 봤는지 궁금하다. 착시효과 치고는 참으로 대단한 대가다.

이범/교육평론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공감세상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