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7.01 21:18 수정 : 2009.07.01 21:18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정두언 의원이 최근 사교육 문제 해결에 상당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보수 진영 내에서 사교육을 해결해야 한다는 거의 첫 번째 목소리인 것 같아서 환영의 얘기를 먼저 하고 싶다. 지금까지 한국의 보수파는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후배들을 어떻게든 밀고, 그렇게 해서 엘리트 통치를 강화하려는 모습만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철학이 나와는 다른 것 같다.

이렇게 질문을 해보자.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면 그들이 방탕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그들을 통제하는 기관이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주고, 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렇게 해서 남는 시간에 문화와 예술 혹은 기능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적 장치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여기에 맞추기 위해서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고, 등록금 문제도 해결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자유와 재량의 시간을 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것이 학교든 사교육이든 혹은 방과후 학교이든, 어떻게 하든 대입용 공부로 계속해서 묶어놓고 강화된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이것이 철학적 갈림길일 것 같다.

딱 한 번 내 책에서 쓴 적이 있는 얘기인데, 나는 ‘주 4일제 수업’을 지지한다. 지금과 바뀌는 것은 수요일을 노는 날로 바꾸는 것이다. 사이클로 본다면, 월·화는 학교 가고, 수요일 놀고, 다시 목·금 학교 가고 토·일 노는 것이다. 이러면 수요일 하루가 비니까, 교육과정에서 진도를 맞추는 데도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노는 수요일에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회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나는 학교와 지자체가 문화와 예술 프로그램들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교육은, 예를 들면 중학교 2~3학년 때 첫 시나리오를 쓰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두세 편의 영화를 만들어보고 졸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만약 영화가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한 학생에게는 말이다.

수요 휴무제라는 제도로 학생들에게 수요일을 놀게 해준 것은 이미 프랑스에서 수년 전에 시작된 일이다. 21세기의 국제적 경쟁이 창의성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아직도 청소년들을 대입교육과 사교육에 묶어놓는 전근대적 생각을 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수요일에 놀게 해주자는 것에 동의하면, 나머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정책적 수단 역시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철학에 대한 사회적 동의와 현실적 고려가 필요할 뿐이지. 사교육을 학교로 가지고 와서, 학교에서 학원 교육을 대신해준다는 프로그램은 전 정권부터 계속 시행되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자유와 재량을 펼칠 능력을 돌려주지는 못한다. 그들에게 재량을 펼칠 능력과 남는 시간을 주는 대신, 토목사업비를 예술과 문화 교육으로 돌리고,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구청과 시청에서 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그들마다 작지만 지역 청소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영화 스튜디오들을 만든다면, 이 시스템은 돌아갈 수 있다. 영화뿐이랴? 옷도 만들 수 있게 해주고, 염색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창의라는 이름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을 것 아닌가? 정부에 부탁한다. 기왕에 사교육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면 발상의 전환과 사회적 소통도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공감세상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