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
지난해 한국에서 주목받았던 드라마가 몇 가지 있다. 하반기에는 <선덕여왕>이 싹쓸이했고, 한동안 <시티홀>이 지방자치의 묘미를 보여주면서 선방을 했다. 도대체 왜 보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가면서도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재방송으로 전편을 다 보았다. 이걸 보고 우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원래 우린 모두 조금씩 한심한 존재들 아닌가?
한국방송작가협회는 매주 드라마 부문에서 시상을 하는데, 지난해에는 수상작이 없었다. 당연히 <선덕여왕>이 수상하리라 생각했는데, 사실 몇 번이나 늘리기를 하면서 드라마 원작이 아주 이상하게 된 것은 사실이고, ‘미실’ 고현정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아주 맥빠진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수상작이 없었더라도 선정 대상으로 <파트너>가 올라가지 못했던 것은 개인적으로 아주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다. 이 작품은 시청률로 아주 대박 난 드라마는 아니지만, 15% 정도의 시청률로 기본 방어는 한 정도인데,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의 드라마가 가야 할 길의 전형을 알려준 것으로, 문화사적으로는 아마 중요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지난해 ‘막장 드라마’라는 말이 유행하였는데, <파트너>는 드물게 법정드라마라는 장르 드라마의 개척자이면서,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시민참여 배심원제를 우리에게 소개했고, 생태와 환경문제를 에둘러 가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 어떻게 보면 전위적인 드라마였다. 한국 드라마의 숙제라면,
<파트너>는 아직 디브이디 출시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 사법부에 대해서 국민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걸 생각하면, 법정드라마라도 법원의 일부를 구경하는 기회로 나쁘지 않을 듯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망한다면, 이 기회에 한국에서도 시즌제 드라마가 등장하는 것이다. 시즌 2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하거니와, 드라마라는 편한 창구를 통해서 우리가 한국의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더 많이 구경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봤던 고품격 장르 드라마, 그 명맥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파트너>가 알려준 진실이 있다. 순간시청률이 법정 장면에서 높게 나왔다는 점인데, 지루하게 이어지는 법률공방을 즐기는 한국 국민이 이 순간만큼은 자랑스러웠다.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