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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8 18:14 수정 : 2010.03.28 19:33

이범 교육평론가





무상급식 논란이 뜨겁다. 한나라당은 ‘부자급식’이라며 계속 딴죽을 걸지만, 급식 문제는 끝까지 여권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이들은 이를 만회하려고 전교조 명단 공개를 강행하며 선거 쟁점으로 비화시킬 심산인 듯하다. 이제 슬슬 한번 점검해볼 때이다. ─6월 선거까지 무상급식만으로 갈 수 있을까? 만만치 않다. 앞으로 여권에서 제기할 공세적 이슈들도 걱정이고, 특히 보수 쪽 후보가 차용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제 무상급식 다음 카드를 검토해볼 때이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높다고 정평이 있다. 그런데 학급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인구 대비 도서관 수, 과목별 학업 흥미도 등의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나라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것은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반쪽짜리, 즉 철저히 개별화되어 오로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명문대 근처라도 보내볼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반쪽짜리 교육열은 분명 출세주의와 학벌주의의 포로이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의 신화를 체험한 지 한 세대도 안 지났다. 여기에 정면으로 맞섰다간 백이면 백, 깨지게 되어 있다. 물론, 다음 총선·대선에는 주요 정당에서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에 대한 대책이 나오게끔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음에 거론하기로 하고, 일단 올해 교육감 선거에 집중해 보자.

나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학부모의 교육열을 공공화시킬 경로를 모색해볼 것을 제안한다. 사실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한 번도 공적 영역으로 모여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치맛바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 왔다. 국가정책 수준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수준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학교에서도 그랬다. 극명한 증거를 들어보겠다. 최근 새학기를 맞이하여 학교별로 학부모 총회를 했다. 그런데 몇 시에 했는가? 대부분의 학교에서, 버젓이 대낮에 했다. 누가 자동으로 배제되는가? 대부분의 아빠들과 직장맘들이다. 그러고서는 ‘학부모’ 총회란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부가 교장공모제를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고 한다. 그런데 공모 교장의 선출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위원, 지역위원, 교사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학부모위원은 이처럼 ‘대낮에’ 열리는 학부모 총회에서 이미 내정된 인사를 발표하는 요식행위를 통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한데, 섣불리 반쪽짜리 교육열을 부정하려 들지 말자. 오히려, 나머지 반쪽을 채워보자. 이를 위한 첫째 공약으로, 모든 학부모 회의와 행사를 저녁에 하도록 하자. ‘돈만 벌어 올 것’을 요구받는 분위기에 억울함을 느껴온 아빠들과, 숨죽여 눈물 삼켜온 직장맘들이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둘째 공약으로, 교장 공모 때 학부모 직선제를 도입하자. 인터넷을 활용하면 정책발표와 토론과 투표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학부모의 다양한 가치와 견해들이 표출되도록 해야 한다. 설령 학력지상주의에 강하게 경도된 학부모들이 우위를 점한다 해도, 이와 다른 방향의 목소리가 가시적으로 확인된다면 학교는 지금보다 나은 곳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교육여건 개선이나 학생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공공화할 수 있는 발판이 확보된다. 이것이 가진 보편성과 공감대의 수준은 무상급식 후속 카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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