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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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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 대한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위원장의 답변글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쓴 글에 대해서 감사한다. 그는 마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했는데, 나는 화곡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하루만 지나면 하나씩 개천이 복개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와는 연배로는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정치권에서는 젊은 리더이지만, 생태적으로는 그 역시 ‘토건의 시대’에 속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답변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 하나가 남았다. 그가 알고도 그러는 것인가,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 것인가? 나는 평소에 정두언 의원의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고, 그가 서울시 부시장이던 시절에 한 몇 가지 행정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정말 4대강 살리기가 도시 조경사업이지, 생태적 복원이라는 것의 반대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고도 그러는 것 같다. 새만금을 가지고 한번 생각해보자. 고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 학계 원로들을 초청해서 새만금은 경제적 문제가 있지만, 전라도 문제라서 어쩔 수가 없다고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한 적이 있다. 이건 알고도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기수역이라고 불리는 연안 해수와 수자원 문제에 대한 새만금의 폐해에 대해서 직접 연구하도록 지시했고, 그 내용을 제일 잘 알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도 당선 뒤에는 전북 문제라서 어쩔 수가 없다고, 좀 도와달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여전히 정두언 의원은 이 두 대통령과 같은 입장이 아닐까, 이게 나의 의문의 본질이다. 지난 1년간 4대강은 늘 반대가 높았다. 그러나 차이가 하나 있기는 하다. 작년에는 대도시의 반대가 월등히 높고, 지방 소도시의 찬성이 높았다. 경상도는 부산과 대구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고, 그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찬성이 높았다. 나는 소도시일수록 토호들이 장악한 지역이고, 그럴수록 찬성률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 올해 대구가 찬성으로 돌았다. 현재 전국에서 찬성이 높은 유일한 지역이 대구·경북이고, 대구·안동, 이런 곳들이 찬성률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부산은 반대가 여전히 높다. 한나라당은 이 자료를 놓고 사업 추진이 계속되면 결국 광주 등 영산강 인근 지역의 여론도 바뀔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나는 같은 자료를 놓고 경상도의 4대강 집결 현상이 정치적으로 벌어지는 중이라고 해석한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대구·경북은 4대강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지역 생태계의 피해를 감내하겠다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영산강·금강·한강 지역은 4대강 사업을 지지하지도 않고, 전폭적으로 지금의 정권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지역의 생태적 피해는 정치적으로 억울한 것 아닌가? 지지하지도 않는 정권, 지지하지도 않는 사업을 경상도 정권이 억지로 강행한다면, 생태계의 피해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속도조절을 좀 하자. 찬성하는 지역이 먼저 하고, 큰 문제가 없다면 나머지 지역들도 알아서 찬성을 하게 될 것이다. 정말 생태적 문제가 없고, 경제적으로도 좋은 점만 있다면, 그때는 ‘경상도 정권’이라는 얘기가 들어갈 것이다. 정말로 기술적으로 자신 있다면 그렇게 하라.
딜레마는 남는다. 생태적 폐해가 제일 큰 강이 낙동강일 가능성이 많으니 말이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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