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1.24 18:15
수정 : 2011.01.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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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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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인디고 서원에서 부산지역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명의 주인, 영혼의 선장’이라는 주제로 청소년 인문학 캠프를 진행했다. ‘소외계층’이라는 단어가 부적합하지 않겠냐는 지적을 자체적으로, 또 외부에서도 여러 차례 받았다. 끝내 이 단어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에둘러 말하는 것이 더 구차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캠프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소외된 아이라 느끼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이미 자신들이 사회에서 소외됐음을 뻔히 알고 있는 상처 입은 아이들을 애써 부정할 필요가 없지 싶었다. 소외계층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일어나는 것은 그 아이들의 상처에 눈감고 싶어 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캠프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존감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운명의 주인, 영혼의 선장’으로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단, 아이들이 자존감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방식은 아니어야 했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정의내림이 아니라, 단 한 편의 시로 영혼의 굶주림을 느낄 수 있는 기회와 자유를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낭만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런 선입견 없이 그 시간들을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가져갈 줄 아는 훌륭한 아이들이었다. 프로그램 중 라디오쇼(‘내 삶이 가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쓰고, 무대에 나와 낭독하는 쇼)에서 아이들은 부모님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아픔, 소외된 삶이 고통스러워 창가에 의자를 두고 한참을 서서 죽음을 고민했던 상처 등을 이야기했다.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아픔들이었을 텐데,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들어주고 함께 보듬어줄 친구들에게 정직하고 순수하게 그것들을 말함으로써 치유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 아픔들이 있기에 더 성장할 수 있어 가치 있는 자신의 삶을 발견해내는 지혜로운 아이들이었다. 성적이 나빠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서 무시당해도 되는 그런 아이는 100명의 참가자 중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은 스스로 학교와 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정작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와 자원들은 ‘훌륭한 인재를 양성’한다고 믿어지는 사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단 10%를 눈에 보이게 하기 위해 90%가 겪어야만 하는 고통에 무감한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비정상’적이고 ‘실패한’ 삶을 살게 된다. 아주 사소한 기회와 자원 제공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지한 어리석은 우리 사회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절대적으로 정당하고 옳다.
2박3일 동안의 짧은 캠프가 소외되고 배제된 자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소외되고 배제된 자들이 변한 것은 분명하다. 운명의 주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움직임은 이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주체들의 탄생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캠프가 끝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쉴 새 없이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중 한 아이가 후기를 직접 랩으로 만들어 곡까지 붙여 올렸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이들에게서 직접 들어야 한다. 그것만큼 정확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수많은 청년들과 함께한다는 것/ 아직도 가슴이 벅차 작게 속삭이는 소리조차/ 삶의 가치를 찾으며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을 노래해 모두가 소통해/ 스스로 선 자들, 영혼의 선장들”.
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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