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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9 19:59 수정 : 2011.05.12 22:42

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지난 3일 교육기술부와 부산시,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여는 세계인문학포럼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약식이 있었다. 협약식에 참석한 이주호 장관은 행사 뒤 부산지역 고교생들을 만나 '인문학 토론'을 했다. 이 장관은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해서 물었고, 토론은 그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인문학을 주제로 교과부 장관이 청소년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입학사정관 제도의 우수함에 대한 것이었나 보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대답은 냉혹했다. "진정한 삶의 가치와 자기실현을 가르치는 인문학 이 부재한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허울뿐인 제도를 신뢰할 리 만무하다.

지난 6일치 <한겨레>가 보도한 바와 같이, 일부 학교는 성적 우수자들을 '글로벌 '로, 이외의 아이들은 '비(非)글로벌 리더'로 분류한다. 성적이 최상위인 학생들에게는 <교육방송>을 볼 수 있는 컴퓨터가 제공되고, 책상과 사물함도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넓고 좋은 것으로 제공된다. 출석번호와 자리 배치도 시각적으로 자극을 받도록 성적순으로 매긴다. 말도 안 되는 학교의 차별대우에 '비글로벌 리더'반 아이들은 '글로벌 리더'반 아이들을 '글로벌 쓰레기'라 부른다.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는 분노로 몸이 떨린다. 도대체 이러한 교육 방식은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는가? 도대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 싶은 것인가?

더 뼈아프게 슬픈 것은 부정의한 대우 속에서도 청소년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 아름답고 좋은 세상인지 배운 적이 없어서 그 꿈을 제대로 꾸지도 못한 채 그들이 경험할 실패와 좌절을 상상해 보았는가? 또 이러한 과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실제로 리더가 된다면, 그 세상은 돈과 권력이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부정의함과 불공정함을 권하고 인정하는 끔찍한 세상이 될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지금 당장의 입시 성과에 목매달며 미래에 대한 한 치의 고민과 성찰도 없는 주범들의 무지함과 무감함은 가히 살인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10억원을 준다면 10년을 감옥살이해도 좋다"는 청소년의 비율이 30%가 넘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10년을 감옥살이할 만큼의 범죄보다 돈 없고 학력 낮은 것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12년 동안 배우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무서운 현실을 '글로벌 리더' '인문적 소양'이라는 말로 포장하지 말라. 솔직하게 '글로벌 지배자' '이기적 전략'이라는 표현으로 그것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11월에 연다는 세계인문학포럼은 '다문화 시대의 보편적인 가치'를 주제로 한다. 수백명의 국내외 석학이 참석하는 대규모 공론의 장은 인류 공통의 보편적 가치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교육의 수장인 교과부가 펼칠 글로벌 인문학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불평등한 구조에서 주어진 기회와 특권을 당연하게 자기의 것이라 여기는 사람을 글로벌 리더로 키우는 것처럼 보편적 가치의 탈만 쓴 채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면 인문학포럼이라는 이름을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인문학은 명백한 불의에 대한 저항의 언어이자, 모든 종류의 불공정에 대한 전복의 . 세상의 그늘진 곳들을 분명히 직시하고 낮은 곳을 향해 온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보편적인 가치를 위한 인문학이다. 그렇지 않은 보편적 가치의 모색은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

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 사과드립니다

2011년 5월10일치 <한겨레> ‘야!한국사회’ 칼럼 “인문학은 포장용이 아니다”에 기재된 내용 중 틀린 정보가 있어 정정합니다.

10일치 칼럼에서 <한겨레> 6일치 기사를 바탕으로 쓴 “말도 안되는 학교의 차별대우에 ‘글로벌 리더’반 아이들은 그들의 무리에 속하지 못한 친구들을 ‘글로벌 쓰레기’라 부른다”라고 쓴 내용은 잘못된 것입니다.

비글로벌 리더반 아이들이 글로벌 리더반 아이들을 일컬어 ‘글로벌 쓰레기’라 부르는 것이 정확한 정보입니다.

사실 정보에 대한 보다 세심한 점검 없이 오독한 정보를 칼럼에 실은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추후에 오해되는 일이 없도록 잘못된 정보에 대한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칼럼을 게재하였습니다.

글을 쓰는 것의 신중함에 대해서 보다 더 통감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 이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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