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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6 19:19 수정 : 2011.06.06 19:19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

공개 총살, 세습, 정치범수용소와 관련해서 검찰에 고발해보라

북한 인권 하면 핏대부터 올리며 한 옥타브 이상 목청이 높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 기세가 워낙 험악해서 정작 북한 인권 상황 못지않게 엽기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곤 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을 들어, 북한도 대한민국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인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의무를 지므로(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니만큼 그들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는 오직 대한민국뿐이다.

그런데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좌파정권 때가 아니라, 군사반란정권의 직계이자 현재 한나라당의 조부 격인 노태우 정권 때의 일이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으로 북한은 국제법상 독립 주권국가가 된 것이다. 적어도 이때부터 국제법상으로는 북한 주민을 이 나라 국민이라고 우길 명분을 잃게 된 것이다. 많은 헌법학자들은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이 미래 통일한국의 영역 범위를 당위적·규범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해석을 그렇게 유연하게 한다 해도 현실 또는 국제법과의 괴리가 말끔히 해소되는 것은 아닌데, 굳이 이를 축자적으로 해석하려는 이들로 인해 논리적 모순이 가중되고 있다.

먼저 인권의 보편성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인권‘만’ 문제시하는 것은 보편성 원칙에 어긋난다. 인권의 보편성 측면에서는 인권 문제가 야기되는 모든 상황에 치우침 없이, 일관성 있게 문제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이나 표현의 자유 억압, 노동 탄압에는 입도 뻥긋 안 하면서(심지어는 정당화하면서) 북한 인권‘만’ 문제시하는가?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는 것, 이것은 과연 보편성에 부합하는 행동인가. 인권은 바로 이 보편성 때문에 누구에게든 양날의 칼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국제인권법에 역진하는 국내법의 문제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자유권위원회는, 심지어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조차도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누차에 걸쳐 지적해왔다. 국제인권 레짐에 명백히 역진하거나 모순되는 국가보안법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주제에 북한 인권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제 눈의 들보를 못 보는 격이요, “너나 잘하세요”라는 핀잔 앞에 낯이 서지 않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시민권적인 측면에서는 더 큰 문제가 드러난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주장이 합당하려면, 헌법 등 관련 법률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그동안 북한 주민에게도 똑같이, 예외 없이 부여하고 시행해왔어야 한다. 그랬는가? 가령 노인수당, 장애인수당, 기초생활 수급, 징집, 투표권, 피선거권, 5살 아동 보육료 지급, 세금 부과 등등은 어떻게 하고 있나. 훗날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이라도 제기된다면 어쩌려는가. 또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에 대한 대한민국 검찰의 기소권 행사는 어찌됐는가. 공개 총살, 3대 세습, 정치범수용소 관련해서 검찰에 고발해보라. 검찰이 어떤 처분을 할지 자못 흥미롭다. 비록 사진일지라도 사람을 영점사격 표적지로나 쓰는 그런 구린 상상력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인권 언저리조차도 가까이 갈 수 없다.

입만 열면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이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고 한다. 적격성과 실효성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좀 솔직해지자. 가당찮은 인권 내세우지 말고 그냥 정직하게 북한붕괴촉진법, 또는 북한정권증오법, 북한체제저주법이라고 해라. 누가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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