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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7 19:32 수정 : 2011.08.17 19:32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현재의 추세라면 10년 안에 미국의
음악산업 매출은 0에 가깝게 된다

2000년 이후 10년간 음악산업의 현황을 도표로 그리면 적절한 제목은 무엇일까? 바로 ‘음악산업의 죽음’이다. 미국 음악산업협회의 자료를 근거로 미국에서 판매된 음반 및 디지털 음원 수익을 살펴보면 1999년 절정에 이른 뒤 급격히 하강해, 2009년에 이르면 10년 전의 36% 수준까지 추락한다. 만약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0년 안에 미국의 음악산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0에 가깝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음악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산업 자체가 통째로 죽어버리는 것까지는 몰라도, 어쨌든 좋았던 시절이 끝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찾기 쉽고 갖고 다니기 쉬운 디지털 음원이 인터넷을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제 소비자들은 한두 개의 타이틀곡을 듣기 위해 열 몇 곡이 들어 있는 시디를 사서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손에 잡히는 뭔가에 대해 낭만을 느끼며 일부러 시디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는 이가 소수가 되면서, 과거 자신이 몰아냈던 엘피(LP) 레코드판이 그랬던 것처럼 시디는 사양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전의 호황이야말로 시디라는 매체의 특성에 힘입은 유례없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해보면, 지금의 현실은 뜨거운 여름이 끝나니 겨울이 오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 비추어봤을 때도 한국의 음악시장에서 음악 생산자들이 맞이하고 있는 상황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 음원의 가격이다.

한국에서 디지털 음원 하나를 내려받는 명목상의 가격은 세계적인 시세의 60%에 불과한 600원. 하지만 실질적인 가격은 9900원에 150곡을 내려받는 서비스로 인해 66원까지 떨어진다. 음반 하나에 보통 10곡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노래 하나당 가격이 시디를 구매할 때에 비해 5%에 불과한 것이다. 시디에 들어가는 물리적인 제작비와 유통비가 빠진다고 쳐도 얼토당토않은 수준이다. 더욱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5000원을 내면 한달 동안 무제한으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값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래의 가격이 헐값이 된 배경에는 일차적으로 대기업을 위시한 디지털 음원 공급업체들의 정책이 작용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정책은 음성적인 내려받기(다운로드)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결국 근본에는 음악 소비자들이 평가하는 음원의 가격이 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정책이 ‘음원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담합의 결과라며 검찰에 고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건 경제적인 문제 이전에 음악을 만드는 이들의 자긍심 문제가 된다. 팔리기 힘든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진작부터 음악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온 인디음악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우리에겐 겨울밖에는 없었고 그것은 한탄하기보다는 극복해야 할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심지어 자신의 노래가 동전 하나 지불할 가치조차 안 되는 것인가 하는 회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 때문에 결국 이러한 가치판단에 수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은 창작자들의 마음에 이중의 상처를 입힌다.

팔리는 음악을 만들거나, 해외로 진출하여 주가를 높여 차익을 거두거나, 아니면 취미로 음악을 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66원짜리 노래가 몰고 온 겨울은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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