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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9 19:20 수정 : 2011.11.09 19:20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대중문화산업을 지원함에 있어
지향할 근본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수상한 <돼지의 왕>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자그마한 주목을 끌고 있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한국에선 보기 드문 성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18개 상영관에서밖에 볼 수 없어서(올해 개봉한 <트랜스포머 3>의 개봉관 수는 1400개였다) 나도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미 4000여명의 관객이 관람하여 올해 한국 독립영화 중 개봉 첫 주 관객 동원 기록을 경신했다 한다. 본 사람들이 대부분 호평하고 있으니 아마 관객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돼지의 왕>이 화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비로는 턱없이 적은 1억5000만원의 예산으로 제작되었다는 것. 그런 초저예산으로 보기 드문 완성도의 애니메이션이 나왔다는 것이다. 영화잡지 <씨네 21>의 기사에서는 이러한 제작 과정을 ‘이 대신 잇몸으로’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이게 분명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연출자인 연상호 감독은 절대 이러한 과정을 칭송하지는 않는다. 그가 제시한 기본적인 예산 규모는 5억. 그리고 만약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글로벌 프로젝트 1편을 줄이면 5억~6억원짜리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을 5편은 만들 수 있다고 제시한다. 그렇게 되면 애니메이션이 문화적으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다른 분야에 있긴 하지만 같은 독립 창작 분야에 종사하는 처지에서 이러한 그의 얘기 중 딱 와 닿는 것은 ‘글로벌’이라는 얘기다. 영상 산업이 ‘한류’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흐름으로 재미를 보고 난 다음부터 문화 산업의 미래는 수출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에서 문화가 처음으로 산업으로 여겨진 1990년대 이후의 화두가 “이거 돈이 될 만하냐?”였다면 2000년대 중반 이래의 화두는 “이거 해외에서 돈이 될 만하냐?”가 되었다. 이렇게 한류 혹은 글로벌이라 하면 정부고 매체고 일단 들뜨고 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작품이 수출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도한 주목을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그 최악의 경우가 바로 문화수출보험의 첫 번째 지원작이면서 동시에 백억원대의 손실을 보며 첫 번째 실패작이 된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의 사례다.

하지만 그 이전에, 대중문화산업을 지원함에 있어 지향해야 할 근본적인 가치가 문제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재직하던 시절, 한국 대중음악의 글로벌화라는 부제를 달고 세계음악시장 1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음악산업진흥 계획은 업계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소녀시대의 축가와 함께 발표되었다. 그 이후 에스엠과 그 아이돌들은 일본과 유럽을 종횡하며 국위를 한껏 선양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래서 한국 대중음악과 문화산업이 더 나아졌는지는, 글쎄다. 이미 시장의 지지를 받아 잘나가고 있던 이들이 좀더 잘나가게 된 것에 불과한 것 아닌지.

그리고 2년 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대중문화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말하고 있는 해외 진출의 성과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목표는 아예 본격적으로 ‘국가 브랜드의 제고’다. 하지만 음악과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도구가 아니고 한국 대중문화의 주인공인 문화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만들고 즐기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관점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글로벌 프로젝트 하나만 포기하는 정도, 그거면 이제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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