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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7 19:31 수정 : 2011.12.07 19:31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주식·부동산에서 응당 거둬야 할
30조~40조원의 세금이 새나간다

한나라당 일부가 치고 나온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가 논란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하긴 급했나 보다. 현 정부의 부자감세에 끽소리도 못하던 이들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외롭게 부르짖던 안까지 받아들이니 말이다. 계기야 어쨌든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은 찬성한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버핏세는 미국의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이 제안했듯이 주식 배당금과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자는 게 원래 취지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서는 왜 근로소득세 증세 주장으로 둔갑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연봉 수천만원인 평범한 직장인은 최소 수백만원씩 꼬박꼬박 세금을 원천징수당한다. 그런데 주식으로 몇억짜리 대박을 터뜨린 개인은 세금 한 푼 안 내도 된다. ‘한국판 버핏세’를 떠드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런 조세 형평상의 문제에는 한없이 미온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희 의원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법안을 발의하고 한나라당 대주주인 박근혜 의원까지 주식 양도소득세 추진 의사를 내비친 것은 반갑다. 그런데 정부와 기득권 언론들의 반대가 심하다. 대표적인 논리가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면 주식시장의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개미투자자들이 주로 내고 있는 주식거래세는 괜찮고,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주식시장을 위축시킨다는 해괴망측한 논리가 어디 있는가. 그러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대부분의 선진국 증시는 우리보다 위축돼 있나. 오히려 개인의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각종 차명거래의 온상이 되고, 주가조작에 동원되거나 편법 증여·상속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부정·비리를 줄여 한국 증시의 건전성을 높이면 오히려 증권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정말 주식시장이 위축된다고 하면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대신 거래세 비중을 일정하게 줄이거나 폐지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세금 사각지대가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합한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0.1%도 안 된다. 1%가 넘는 미국과 0.5%가 넘는 일본,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어떨까. 한국은 다수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1가구 1주택자에게 기본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를 매개로 ‘다운계약서’ 등을 통해 다주택 투기자들까지 관행적으로 탈세하고 있다. 그래서 주택 거래의 95%가량은 원천적으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도 대폭 올리고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가운데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뒀던 2년 거주 요건도 없앴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고팔아 6억~7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겨도 양도세 한 푼 안 내도 되게 됐다. 주택 거래를 활성화한다며 취득·등록세도 깎아줬다. 또한 이런저런 조건으로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양도세와 종부세 감면 혜택을 안겨줬다. 이런 가운데 국토해양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부터 적용을 유예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아예 폐지키로 했다.

이처럼 지금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조세 형평성 문제는 생산경제 영역에 비해 자산경제 영역에 부과하는 세금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이는 재벌과 다수 정치인들을 포함한 부유층 대부분이 부동산과 주식 부자들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주식과 부동산에서 응당 거둬야 할 최소 30조~40조원의 막대한 세금이 새나가고 있다. 그만큼 일반 생활인들의 세금부담은 더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에 과세하지 않고 겨우 1조원도 안 되는 근로소득세 더 걷자는 식의 논의라면 정치적 쇼에 가깝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트위터 @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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