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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6 19:24 수정 : 2012.03.26 19:24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영화음악에 대한
공연사용료 징수방침,
이제 코미디 같은
상황이 잇따른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봤다면 ‘함중아와 양키스’의 <풍문으로 들었소>를 잊기 힘들 거다. 막 승승장구의 길로 들어선 건달과 브로커의 한껏 폼 잡은 걸음과, 록 반 뽕짝 반의 음악이 어우러질 때의 상승효과란….

영화에서 음악의 중요함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앞으로 한국 영화에서 음악이 대폭 줄어들지 모른다. 아니, 지금대로라면 줄어드는 걸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 한 곡에 대해 극장 매출액의 0.06~0.2%를 극장이 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공연사용료로 지급하도록 하는 방침을 최근 문화부가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 방침은 기존 관행과 동떨어져 있어, 지급의무가 극장에 있다고 하지만 돈을 낼 주체가 불명확하다. 떠맡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는 한 결국 제작을 책임지는 제작자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제작자들 사이에선 최대한 음악 안 쓰고 영화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얼마나 내길래? 문화부는 지난해의 공연사용료가 1억80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하지만, 영화계 주장은 다르다. 지난해 영화에 사용한 기존 곡 70여개의 저작권 사용료를 새 방침에 따라 산정한 결과 기존에 지급한 금액보다 5억원이 늘었으며, 앞으로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한 곡까지 포함하면 상승분이 한 해 3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영화에 대해서도 공연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건데, 그럼 제작자는 어디서 무슨 돈으로 마련할까.

원론적으로 영화에 음악을 사용할 땐 ‘복제사용료’를,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서 틀 때는 ‘공연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나라마다 산업구조에 따라 지급 주체와 방식이 다르다. 미국은 극장으로부터 공연사용료를 받는 것을 금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은 저작권협회가 극장으로부터 일괄 징수하고 대신 영화에서 쓰는 건 쉽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방송사가 음저협에 매년 일정액을 내고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쓰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럼 우리의 관행은? 저작권법의 영상물특례조항은 영상물의 경우 ‘특약이 없는’ 한 저작물(음악)의 영상화를 저작권자가 허락했다면 극장 상영까지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 단계에서 계약을 할 때, 공연사용료의 몫까지도 다 포함한 일종의 ‘통계약’을 한 것으로 간주해왔다. 그런데 음악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엔 복제사용료만 규정돼 있으므로 지금까지의 계약은 복제사용료에 국한된 ‘특약’이고 따라서 공연사용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음저협이 주장하고 나섰고 문화부가 그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어느 쪽이 옳으냐를 떠나 기존 관행에 허점이 있었다는 건데,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종합예술인 영화 산업의 분배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엔, 완성물에 대한 기여도 외에 재투자를 누가 하느냐, 개발 단계의 리스크는 누가 지느냐 등 고려할 점이 매우 많을 거다. 그런 걸 종합해 슬기롭게 풀어야 할 문제를 두고, 공연사용료 징수 방침부터 발표했다. 그랬더니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극장 쪽은 앞으로도 공연사용료 포함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영화만을 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방침이 확정됐으니 음저협은 사용료를 안 내는 극장을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기다리는 건 줄 이은 소송뿐이다. 영화의 음악감독들은 음저협 회원이면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곡까지도 공연사용료 징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음저협에서 탈퇴할 것을 요구받는 분위기다. 그리고 제작자들은 음악 사용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게 되면 영화에선 음악이 줄고, 음악가들에겐 주머니의 수입이 주는 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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