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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25 19:24 수정 : 2012.04.25 19:24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 연구소 소장

부동산·건설업계
진단과 주장
짜깁기했다는
인상 지울 수 없어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몇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보고서는 또 고연령대 가구가 노후 및 대출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을 처분하거나 주택 규모를 줄여가면서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매우 크다. 필자가 통계청 자료를 원용해 연령대별 부동산 자산 증가액에 연령대별 가구수 증감분 추계치를 곱해 ‘부동산 구매력 지수’라는 것을 구해 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전국의 부동산 구매력 지수는 200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10년 91.5에서 2020년 67.2, 2030년 24.4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비유하면 2000년에 집을 살 수 있는 가구가 100가구 있었다면 2030년에는 25가구도 안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구매력이 급감하는 현상을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듯 정부의 인위적 부양책으로 떠받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택시장은 지역에 따라 일시적 기복이 있을 수 있으나 일본처럼 장기간에 걸쳐 하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어쨌거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적절한 지적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융안정보고서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진단은 한심한 수준이다.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의 진단과 주장을 짜깁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자료나 실거래가와는 동떨어진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 자료를 아무런 비판 없이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필자가 그동안 경험해본 결과, 한국의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이해관계자들인 반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금융 연구자들은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잘 모른다. 이번 금융안정보고서도 정확하게 그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금융안정보고서는 국내 부동산시장과 이와 연계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종합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담보대출인정비율(LTV: 주택담보가액 대비 대출액의 비율)이 안정적이어서 대출 부실 위험이 적다는 주장을 그동안 숱하게 부동산업계가 해왔는데, 금융안정보고서도 이를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순진한 인식이다. 한국의 낮은 엘티브이 비율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 제도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다. 전국 330만호인 전세 가구의 전세 보증금 약 560조원을 고려하면 엘티브이 비율은 20~30% 이상 치솟게 된다. 또한 국내 엘티브이 비율은 집주인들의 매도 호가를 중심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미 실거래가는 국민은행 가격보다 20% 이상 하락해 있는 곳이 수도권에 널려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엘티브이 비율은 금융권이나 정부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상당히 높다.

금융안정보고서는 한국 금융문제에 대한 최고 권위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문제 인식과 진단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고 권위의 보고서조차 이 모양이니 언론에는 부동산에 대한 선동적 보도가 난무하고, 국토해양부 장관이라는 자는 ‘디티아이(DTI: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풀면 오히려 가계부채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건설업계 부설 연구소의 주장을 거리낌없이 내뱉고 있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정책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실패를 거듭한 데는 이처럼 올바른 정보가 부족했던 탓이 크다. 문제는 올바른 정보가 없으면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백성들이 가난해진다는 점이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 연구소 소장 트위터 @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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