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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3 19:24 수정 : 2012.08.13 19:24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지지부진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후보나 관리를 맡은 당의 속 타는 마음만큼이나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일부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등장이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한다. 현상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점이 없진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단은 아니다. 자업자득이 실상이다.

총선 전이든 후든 민주당한텐 혁신이 없다. 지도부가 바뀌었는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독한 정체, 이것이 오늘날 민주당의 이미지다. 이러니 당의 기반이 넓어지기는커녕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7월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은 보수세력의 62.7%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나 민주당은 진보의 43.7%만이 지지하는 정당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찬성하지 않는 70% 중에서 민주당 지지는 36.6%에 불과하다. 당이 이 모양이니 그 당의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이 도움은 고사하고 되레 후보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다.

인물 경쟁에서 밀리면 노선이나 정책으로 승부하는 게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것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금 일반 국민의 눈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의 입장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양당의 해법이 쉽게 구분되지 않으니 안 그래도 못 미덥던 민주당에 마음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정치심리적 지형이다. 민주당으로선 동의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이걸 사실로 받아들여야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 또는 보수와 진보 간에 삶의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이 과연 있기는 한가?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따위를 거론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점이 쉽고 간명하게 부각되지 않으니 보통사람의 눈에는 오십보백보다. 아무리 봐도 지금은 과거 무상급식처럼 양당의 차이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정책 대립이 없다. 이건 전적으로 민주당의 책임이다.

정책적 쟁점을 없애 인물 대결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게 박근혜 후보의 전략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쟁점을 못 만들어내고 있다는 건 새누리당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현 지도부는 참 무능하다. 쟁점이나 그것을 통해 선명한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니 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고착되고, ‘안철수 쇼크’에 속절없이 당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약세가 왜 민주당의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무릇 지피(知彼)보다 지기(知己)가 우선이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낙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총선 투표율이 54.3%이고, 여기서 범보수와 범진보의 득표율이 각각 48% 정도로 호각세를 보였다. 통상 대선은 총선보다 투표율이 높고, 세대별로 보면 투표율 상승 여력이 젊은층에 더 있다. 때문에 야권이 이긴다. 대충 이런 로직이다. 그런데 총선의 득표 구도가 대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맹신이다. 당장 통합진보당이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나. 또 대선은 총선과 달리 전망적 투표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낙관은 합리적 타산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주관적 기대일 뿐이다.

새누리당이 위기에 처했다고 민주당이 좋아할 것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위기를 걱정해야 한다. ‘안철수 변수’ 때문이다. 그로 인해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독점하는 제2당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구도가 됐다. 따라서 민주당은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담대하게 상상하고, 거침없이 변해야 한다. 이게 유일한 활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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