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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17 19:20 수정 : 2012.12.18 15:39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투표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Voting is for Old People) 2004년 미국의 한 의류회사가 생산한 티셔츠에 적힌 문구다. 이 문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지만 사실 이 문구는 진실을 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통념이 생겨났다. “젊은 표에 의지하는 후보의 다른 이름은 패자다.”

19살 이상이면 누구에게나 허용된 것이 투표권이다. 투표권은 보통사람이 사회의 자원을 배분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자원 배분에서 자신의 몫을 얻지 못한다. 실제로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학자들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투표에 덜 참여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의 이해와 선호가 국가의 정책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표는 시민의 의무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인 셈이다.

마틴 길렌스란 학자가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미국을 대상으로 정부의 특정 정책이 빈곤층, 중산층, 부유층 이 셋 중에서 어떤 계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그것이 어떤 차이를 가져왔는지 살피는 연구다. 연구 결과, 다수의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책 변화는 대부분 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에 부유층이 지지하는 정책은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층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 빈곤층의 의견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했다. 미국 사회에서 대체로 빈곤층이나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투표율이 낮다. 따라서 길렌스의 연구는 누군가 투표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를 얻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성패 요인이다. 물론 지난 총선은 투표율이 54.3%임에도 득표율에서 진보와 보수가 그야말로 호각세였다. 그러나 현재 세대별 구성비와 정치 성향의 양극화에 비춰 볼 때, 투표율이 높지 않으면 야권이 불리하다. 그런 점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가야 그 열망이 실현된다. 또 투표를 통해 그 힘을 보여줘야 정부의 정책이 그들을 존중하고 대변할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 덕분이다. 젊은 표에 의지하는 캠페인은 패배한다는 통설을 오바마는 보기 좋게 뒤집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던지고, 그들과 적극 소통함으로써 투표장으로 불러낼 수 있었다. 오바마의 2008년 캠페인에 비하면 야권이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만 열고 보면 미국의 2008년 정권교체와 한국의 2012년 정권교체가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오바마처럼 선명하게 변화를 상징하고, 능숙하게 캠페인을 전개하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문 후보에게는 ‘안철수 요인’이 있다. 미국의 경우 애당초 오바마가 변화의 열망을 담아내는 후보로 등장했지만, 우리의 경우엔 정치권 밖의 안철수 전 후보가 그 역할을 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를 통해 젊은층과 소통하고 공감했다. 문 후보의 포용이든 안 전 후보의 결단이든 둘이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젊은층이 변화를 확신하게 됐다. 이게 투표율을 높이는 동력이다.

이번 선거전에서 확인된 것 중 하나가 보수의 커다란 덩치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보수결집 전략을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젊은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결국 낮은 투표율의 구조적 수혜자가 보수이고 새누리당이다. 따라서 성장과 부자 중심의 ‘가난한 민주주의’에서 벗어나려면 투표하는 수밖에 없다. 투표는 청년·약자의 몇 안 되는 무기 중 하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관련 영상] 18대 대통령, 2030 세대가 결정한다(한겨레캐스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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