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전체 노벨상 수상자 수가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보다 적다. 그들이 중세에는 위대한 일을 해줬지만.” 논란이 되었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트위트다. 이러한 관점을 과학사학에서는 냉동고 가설이라고 부른다. 유럽의 암흑기 동안 무슬림 세계는 그리스 유산을 넘겨받아 보존했지만 그 이상을 할 수 있었던 천년이라는 기회를 날려버렸고, 진정한 과학은 유럽의 천재들이 냉동고의 문을 열고 얼어붙은 지식들의 진가를 알아보았을 때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인종주의를 함축하는 주장이다. ‘과학은 유럽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과학은 유럽인에 의해서만 탄생할 수 있었다’는 판단으로 교묘하게 치환하기 때문이다. 문화 상대주의와 과학의 세계 인식은 사방에서 충돌한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몸은 아름다운가? 근거는? 인간은 신체 역학적 효율의 징표를 선호하도록 진화했는가? 유행하는 인체 패션에 불과할까? 여자는 남자보다 체격이 작고 힘이 약하다는 명제는 편견인가, 필연적 사실인가? 비문화적 방식의 지능지수 검사 결과가 인종마다 차이가 나는 건 우연일까? 인간은 정말로 평등한가? 평등은 생물학적 차등을 외면하는 공허한 정치적 구호일 뿐일까? 반대로 생물학적 불평등이 문화적 착시 효과인 걸까? 아이러니하지만 도킨스가 중년에는 위대한 일을 해줬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도 경쟁을 통해 번식하고 진화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밈’이라 이름 붙였는데, 이 개념이 화해 불가능해 보이는 두 관점 사이의 간극을 메울 단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다윈주의자들은 생물학적 진화와 비생물학적 진화, 자연선택과 인위선택 사이의 조응을 폭넓게 받아들인다. 생물학적 선택 압력과 문화적 선택 압력이 쉽게 전이되기에, 생물학과 사회학을 칼처럼 가를 수 없다. 어떤 사회에 연약한 여성에 대한 문화적 선택 압력이 존재한다고 하자. 이 사회의 연약한 여성은 배우자를 찾는 데 유리한 조건에 놓인다. 따라서 번식 가능성이 높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연약함은 마치 생물학적 표현형처럼 여성 집단을 잠식해 나간다. 반대로 여성의 연약하고 순종적인 성향이 순수하게 생물학적 생존에 도움이 되는 특질이라고 하자. 이런 여성을 선호하는 취향을 가진 남성은 번식에 유리한 조건에 놓인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연약한 여성을 선호하는 문화는 유행처럼 퍼진다. 생물인류학자 셔우드 워시번에 따르면, “인간 신체의 상당 부분은 문화적 산물이다.” 데이터화된 연구의 숫자들에 맞서기는 어렵다. 현상적으로는 그것이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불변의 성질은 아니다. 편견 역시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인간의 유전자다. 계통분리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설치포유류에서조차 모계 사회는 많이 발견되는데,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크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다.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은 장기적으로 존속하는 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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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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