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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광희 베를린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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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기획 ‘한국 사회 좌표, 독일서 찾다’ 3
염광희 베를린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곧바로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로 떠났다. 이 곳에 수출한 원자로 설치 행사 참석을 위해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가 주된 화두로 떠올랐지만, 원전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박 대통령의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원전으로 인한 재난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보듯 그 피해규모를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국 정부는 유독 원전에 관대하다.
염광희(39) 독일 베를린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과 한국이 선택한 ‘전혀 다른 길’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4년까지 모두 13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염 연구원은 2002년부터 6년 동안 환경운동연합에서 에너지 관련 환경운동을 하다가 2008년 독일로 넘어왔다. 환경운동을 시작할 때 그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이고 정치였다.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가치관과 정책이 에너지 문제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독일과 한국이 원전을 대하는 정 반대의 시선은 그에게 정치와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독일의 ‘탈핵’ 선언, 한국은 ‘친핵’ 행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 독일에서는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가 소집됐다. 교수, 산업계, 환경 관료 등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는 8주간의 활동 끝에 17기의 원전 전부를 10년 안에 폐쇄할 것을 권고했다. 원전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어떤 발전소보다 피해의 공간적, 시간적 범위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권고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의 대응은 정 반대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위기가 기회’라는 발언을 통해 원전 확대에 힘을 실었다. 우리나라 최고령 핵 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뒤에도 10년간 더 가동하도록 승인됐다. 2년 전 전원 공급 장치 문제로 가동이 멈췄지만, 지난달 16일 다시 재가동에 들어갔다. 사고와 고장만 130번에 이르지만, 고리 원전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대형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안전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염 연구원은 “원전은 하루빨리 폐쇄해야 한다”며 “원자로 폭발이라는 재앙이 아니더라도, 아직 핵 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들까지 원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동의했느냐”며 되물었다.
다음 세대까지 위험이 이어지는 원전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활개를 치는 이유는 뭘까. 염 연구원은 ‘원피아(원자력 마피아)’의 카르텔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에너지 산업체, 연구자, 관료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분야라 일반인들은 접근하기도 쉽지 않아요. 정부 지원금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다시 로비를 하고 카르텔은 더 견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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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근교에 위치한 포츠담에 있는 협동조합 형태의 태양광발전소. 시민들이 참여한 이 협동조합은 경찰차 주차장을 임대해 180kWp 용량의 발전소를 세워 전력을 판매하고 있다. 독일에는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주사업으로 하는 에너지 협동조합이 2013년 말 기준 888개(조합원 수 약 13만 6천명) 있다. 새로운 에너지 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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