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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의 사회통합 과정에 주목해온 이희영 대구대 교수(사회학)의 말은 단호했다. 이 교수는 1994년부터 10년간 독일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통일 직후 독일의 사회 변화, 통합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이유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heyday11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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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좌표, 독일서 찾다
동·서독 사회 통합 과정 주목해온 이희영 교수 인터뷰
“독일의 현재는 우리에게 더욱 ‘가혹하게’ 닥칠 미래일 수도”
“(통일 이후에도) 동서독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서독 문화라는 지배 담론에 묻혀서 입밖에 꺼내지 않는 ‘금기’가 되었을 뿐이죠.” 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의 사회통합 과정에 주목해온 이희영 대구대 교수(사회학)의 말은 단호했다. 이 교수는 1994년부터 10년간 독일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통일 직후 독일의 사회 변화, 통합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이런 사회통합에 대한 관심은 한국으로 자연스레 옮겨졌다. 동서독 간에 나타나는 지배 담론의 문제는 탈북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남한의 지배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탈북자들의 삶의 여정을 연구하고 있다.
독일 통일 25년을 앞둔 현재, 독일의 사회 통합은 시험대에 올랐다. 그리고 이는 우리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닥칠 미래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전망이다.
서독에 ‘지배’된 사회, 묻혀진 갈등 독일 연방정부가 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지난 2010년도에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동독 주민과 서독 주민의 구조적 불평등은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교수는 “동독 지역 주민들의 평균적인 사회적 지위가 낮고, 임금은 서독 임금의 77%에 불과하다”며 “누구도 공론에서 동서독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지만, 명백한 사회적 문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서독의 문제’는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 교수는 지배 담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독문화가 주류인 사회에서 동독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문화를 공적 영역에서 말하지 못합니다. ‘게으르고 찌질한’ 동독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콤플렉스가 되는 거죠. 성적 소수자가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요.”
이 교수는 “모든 동독 시절의 경험은 이념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그 시절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며 “현재 독일의 역사 교과서도 통일 독일을 서독의 흐름에서 서술하면서, 동독은 별도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최근에서야 일부 학자들에 의해 동독 체제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독일 교육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온종일 학교’(방과 후 학교)를 예로 들었다. 부모의 아이 양육과 사회 활동의 양립을 위한 이 제도는 이미 동독에서 시행했던 제도였다. 반면 서독에서는 오래된 ’3K‘라는 전통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교회, 부엌, 그리고 아이의 독일어 첫 글자를 딴 말로, 여성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여성들의 사회 활동에 대한 배경과 인식은 동독이 더 앞서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미 동독 시절에 존재했던 것을 통일 당시에는 무시하고, 지금에서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논의 중”이라며 “동독의 경험을 재평가하고, 동독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되는 경험을 가지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동서독 주민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첫 번째 일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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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통합에 대한 관심은 한국으로 자연스레 옮겨졌다. 동서독 간에 나타나는 지배 담론의 문제는 탈북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남한의 지배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탈북자들의 삶의 여정을 연구하고 있다. 이유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heyday11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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