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8 18:44
수정 : 2014.10.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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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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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대선 열기가 한창이다.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지구상 모든 나라의 대통령 중 가장 매력적이다. 이 사랑스러운 ‘대통령 할아버지’를 주인공 삼은 동화를 하나 쓸 생각도 있다. 가제도 정해두었다. “호세와 마누엘라” 마누엘라는 호세 부부와 함께 사는 다리가 셋인 개다. 대통령이 매끼 식사를 준비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개 마누엘라는 대통령이 농장일을 할 때 늘 따라다닌다. 대통령궁은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부인 소유의 작은 꽃농장에서 살며 업무 외의 여가시간에 집안일을 직접 하는 대통령. 그에게는 은행계좌가 없다. 87년형 폴크스바겐 비틀 한대가 그의 소유로 된 전재산이다. 우리 돈 1300만원 정도 되는 대통령 월급 가운데 10%인 130여만원 정도를 자신의 생활을 위해 쓰고, 나머지 돈은 자선단체나 엔지오에 기부한다. 우루과이 대다수 시민이 그 정도 돈으로 살아가므로 대통령 역시 그 수준으로 사는 삶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그는 군부독재정권에 항거하다 14년간 옥살이를 했고, 동지였던 부인 역시 13년간 옥살이를 했다. 정의·평등·자유를 추구하던 젊음의 에너지가 나이 들면 현실과 타협하며 추하게 빛바래기 일쑤건만, 그의 삶은 늙어서도 아름답다. 그는 말한다. “우리 앞에 놓인 큰 위기는 환경의 위기가 아닙니다. 이 위기는 정치적인 위기입니다.” 아무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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