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8 18:42
수정 : 2014.11.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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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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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장에서 가끔 중고교 학생들을 데려온 선생님들을 만난다. 주로 독서동아리나 도서부 친구들이 함께 온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경험을 시켜주고픈 선생님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하다. 며칠 전 부산의 한 여고 선생님에게서 아이들의 시가 첨부된 메일을 받았다. 우리 아이들 시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작년에 한 강연장에서 만난 분의 메일이다. 늘 시험에 짓눌리는 답답한 학교생활에서 속마음 터놓는 데 시만 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서로 위로했다는 아이들의 시를 읽으며 나도 따라 뭉클했다. ‘시’라는 제목을 단 나경이의 시는 이렇다. “기계적으로/ 해석하고/ 문제가 주는 대로/ 읽다가// 오랜만에/ 하얀 종이를 받아/ 문제가 요구한 정서가 아닌/ 내 정서를 기록한다// 나도 내가 느끼는 대로/ 읽고 싶다. 너를” 일면 한국 교육의 절망을 말하다가도 이런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만나면 꿈이랄지 소망이랄지 하는 말들을 다시 토닥거리게 된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바꿔가려는 작은 노력을 누군가 하고 있는 한 함부로 희망 없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다. ‘이름 없는 이름표’라는 제목을 단 윤지의 시는 이렇다. “이름 없는 이름표처럼/ 일상 없는 나의 하루// 오랜만에 마주친/ 반가운 얼굴/ 뭐하고 지내냐/ 물어온다면// 나는/ 해줄 말이 없습니다” 아프지만, 반딧불처럼 빛난다.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라도 아이들은 마술처럼 달라지고 새로워질 수 있는 존재다.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본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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