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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9 18:55 수정 : 2014.11.19 18:55

김선우 시인·소설가

키라 나이틀리의 토플리스 사진이 실린 잡지 표지를 보았다. ‘그녀답게’ 아름다웠다. 그 표지 사진과 관련해 키라는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가슴을 더 크게 만들거나 수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촬영에 동의했다”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의도적 과장과 보정/조작으로 여체 이미지를 왜곡 소비하는 세태를 향해 던지는 당당한 문제제기지만 사실 당연하지 않은가. 지난여름 한국에선 ‘이것또시위’가 있었다. 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이 제안한 일명 ‘브라 노(NO)브라’ 시위. “브래지어 안 하고 다니면 주위에서 이상하게” 보는 사회적 시선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는 ‘이유 있는’ 시위지만 이 역시 당연하지 않은가.

초경 때 엄마와 언니들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 생리대와 브래지어였다. 그때 나는 브래지어를 왜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내 가슴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작았던 것이다. 성인이 된 뒤에도 나는 브래지어와 친하지 않다. 달리기를 할 때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자그마한 내 가슴이 나는 좋다. 브래지어를 껴입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브래지어가 필요한 경우는 한 가지, 건강상 이유에서가 아닐까. 가슴 사이즈가 많이 커 일종의 지지대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을 때 말이다. 가슴은 가만히 있는데 가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고, 흔히 억압적이다. 그 시선에 신경 쓰며 감추거나 부풀리다 망가져가는 것이 몸만은 아닐 것이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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