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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24 18:53 수정 : 2015.03.24 18:53


김선우 시인·소설가
2004년 ‘이스라엘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상 수상식에서 바렌보임은 이렇게 말한다.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나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울프상 심사단이 ‘유대인’의 우수한 음악성을 세계에 떨친 ‘이스라엘이 낳은’ 위대한 음악가라는 점을 그의 수상 이유로 밝힌 자리─이스라엘 대통령이 배석한 이스라엘 의회에서 말이다. “남의 땅을 점령하고 그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이스라엘 독립선언문의 정신에 부합할까요? 고난과 박해의 역사를 겪었다 해서 이웃 국가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고통을 야기할 면죄부를 얻은 것일까요? 오직 군사적 폭력만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전 저 자신을 꾸짖습니다. 왜 진작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했던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합니다.” 수상식장은 소란에 휩싸였고 이스라엘 교육문화장관은 ‘국가를 공격한다’며 즉석에서 그를 맹비난했지만 그의 대처는 의연했다. 그의 연설문은 최고의 음악인이자 지성인으로서의 아우라가 가득했다. 이때의 영상이 궁금하다면 오래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영화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추천한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여러 해에 걸쳐서 찍었으니 청소년 연주자들이 성장한 모습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그사이 동료 사이드는 죽고 바렌보임은 늙어 한편으론 슬픔과 외로움이 묻어나지만, ‘예술은 화해의 시작’이라는 그의 마음을 붙들고만 싶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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