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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0 18:35 수정 : 2014.11.10 18:3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는 내용이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과학자 수백명이 수만건의 출판된 연구 결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들을 고르고 마지막에는 100여 나라 정부 대표가 보고서를 한 줄씩 검토해 이견이 있는 부분을 뺀다. 그렇게 나온 두루뭉술한 내용이 무얼 가리키는지 보도하기 위해 언론은 ‘번역’을 해야 했다.

하지만 2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5차 기후변화 평가 종합보고서는 달랐다. 전에 없던 강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기후변화는 심각하고 광범하며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칠 것”이란 표현도 그랬다. 2007년 보고서에 4번 나왔던 ‘돌이킬 수 없는’이란 단어가 무려 31번이나 되풀이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과학이 말해줍니다.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지도자들은 행동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단문을 이어가며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25년 동안 나온 기후변화 보고서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앞으로 기후협상에서 이정표가 될 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다.

첫째, 기후체계에 대한 인류의 영향은 명백하고 점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기온과 해수면 상승, 온난화 에너지의 90%를 흡수한 바다의 산성화가 전례 없고 폭염, 집중호우 등 극한 기후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둘째, 재앙을 피하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최고 4도 상승해 대규모 생물 멸종사태, 기상이변, 식량위기, 폭동 등 자연과 인간사회 모두에 재앙이 불가피하다. 지구의 많은 지역에서 경작과 인간 거주가 불가능한 곳이 나타나고 그런 상태가 수백년 지속된다.

이를 막기 위해 앞으로 몇십년 안에 대대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해 2100년에는 순배출량이 0이 되어야 한다. 땅속에 묻혀 있는 대부분의 화석연료는 땅속에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는 얘기다.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장치가 달리지 않은 모든 화력발전은 퇴출되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세계 전력의 80%를 생산해야 한다.

셋째, 현재의 기술과 경제력으로 이런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에서 0.06%포인트가 빠지는 비용이 들 뿐이다. 그러나 시기를 놓치면 그 비용은 급증한다.

보고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기후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 경은 “기후 대응 과정에서 고용창출 등 경제성장이 일어나고 대기 개선으로 인한 보건 향상 등 부수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 보고서는 경제적 부담을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내년 말로 예정된 새로운 기후체계를 위한 국제협상에서 각국 정부가 승인한 이 보고서는 핵심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이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누적 배출량 세계 19위, 화석연료 기준 2013년 배출량 세계 7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배출량 증가율이 가장 높고, 올해 말이면 개인 국민소득도 2만900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어느 수치로 보나 뒤로 빠질 처지가 아니다.

석유왕 록펠러 가문의 록펠러 형제 재단은 9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에서 손을 빼겠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1일 2025년까지 석탄화력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여름 독일에선 전력의 75%를 풍력과 태양광으로 충당한 날이 여럿 나타났다.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사실상 무산 등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창조경제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반 총장은 보고서 발표 때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이 보고서를 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책결정자를 위한 40쪽짜리 요약 보고서도 발간돼 있다. 박 대통령은 과연 이 보고서를 읽었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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