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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08 18:33 수정 : 2015.09.08 18:33

2012년 4월 <한겨레> 신문이 해고 노동자 14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3년이 흐른 2015년 4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 노동자들을 다시 만나는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복직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여전히 해고 노동자로 남아 있었다. 기아차 비정규직 윤주형씨는 만날 수 없었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조직도 노조도 친구도 동지도 차갑더라구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그 기획기사의 후속 행사로 7월17일 ‘3년 전 만난 해고 노동자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평택시청과 경찰이 천막과 분향소를 철거하려 한다는 소식에 공장 앞을 떠날 수 없어 참석하지 못했다. 유성기업 해고노동자들도 재판에 출석하느라 오지 못했다.

사회자가 가벼운 얘기부터 시작하자며 해고 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 계획들은 세우셨냐?”고 물었을 때 재능교육 유명자씨는 “본사 앞 농성장이 철거될까봐 어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경선, 강종숙, 유명자 세 사람은 오늘까지 2820일째 거리농성투쟁 중이다. 만 7년이 넘었다. 농성투쟁 일수를 어떻게 정확히 기억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유명자씨는 “매일 아침마다 잠을 깨면 농성장 알림판에 투쟁일수를 써 붙이는 일부터 시작하니까 잊을 수가 없다”고 답한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오늘이 3143일째다. 8년이 넘었다. 대전 집에서 아내가 혼자 저녁을 먹는다고 칼국수가 담긴 그릇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인천 농성천막에서는 김경봉씨가 “이케 볶음밥을 시켜놓고 단전되어 어스름한 밝기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며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며 화답한다.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그날까지 투쟁!!!”이라는 다짐이 눈물겹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 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 말한 바로 그 회사가 콜트·콜텍이다. 김무성 대표의 말은 명백하게 틀렸다. 2008년 8월2일 <동아일보>가 콜트악기에 대해 “노조의 장기 파업에 따른 경영압박과 적자가 누적돼 더는 회사를 경영하기 힘들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을 때, 노조가 동아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회사의 폐업을 노조의 잦은 파업 때문이라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며 정정보도 게시와 위자료 500만원 지급 판결을 했고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했다. 동아일보는 2011년 9월19일 “콜트악기 부평공장의 폐업은 노조의 파업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용자 측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의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고, 노조의 파업은 대부분 부분 파업이어서 회사 전체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를 내야 했다.

김무성 대표의 거짓말과 그 말에 부화뇌동한 사람들이 노동운동에 대해 퍼부은 비난들은 사실 그동안 노동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겪어온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온갖 어려움들을 이겨내며 7년, 8년 세월 동안 길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사람들은 쉽게 충고한다. “그렇게 싸울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다른 곳에 취직해 일을 하라”고…. 그러한 충고에 대해 노동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누군가는 끝까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앞으로 노동자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며칠 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열린 인문학 강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을 때 듣고 있던 청소년들 중 한 명이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쳤다. “영화 <암살>에도 똑같은 대사가 나와요!”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며칠 뒤 영화를 봤다. 전지현이 배역을 맡은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에게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옥윤은 이렇게 답한다. “알려 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그렇게 답하는 주인공의 얼굴에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의 얼굴이 겹쳐졌다. 이제 남은 일은 그렇게 계속 싸워 끝내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희망의 약속으로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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