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3.09 22:09 수정 : 2008.03.09 22:09

훙칭보/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세계의창

“이제 남자와 여자는 모두 똑같다.”

1949년 정권을 잡은 뒤 마오쩌둥 주석이 남긴 명언이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때부터 중국 여성들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남편과 가족의 통치에서 벗어났다. 개혁개방 이전의 가난했던 시기에도 남녀평등은 기본적으로 실현됐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자주의식이 중국 여성들의 뇌리에 뿌리를 내렸다.

한국과 일본 여성들은 결혼을 하면 대부분 자신의 독립적 가치를 상실한다. 결혼 전에 아무리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던 여성일지라도 결혼 뒤엔 착한 며느리, 조신한 아내로 살아간다. 예전에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일본의 한 배우는 한창 잘나갈 때 결혼을 이유로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중국 여성들의 눈으로 보면 참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 여성들은 한국 남성들을 좋아하게 됐다. 드라마 속의 한국 남성들은 너무도 다정다감하다. 그러나 한국에 시집간 중국 여성들은 곧잘 회의에 빠진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실망을 느끼는 비율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시집간 중국 여성들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 집안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외자기업에서 간부로 일하던 내 친구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현재의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첫눈에 반한 그는 직장을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떠났다. 결혼과 함께 ‘가정주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집안일에 매우 서툴렀다. 아무리 노력해도 남편과 시부모를 도무지 만족시키지 못했다. 누구한테서든 인정받던 사람이 누구한테서든 불만을 듣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는 6년을 꾹 참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키운 ‘항쟁의 유전자’가 그를 더는 참고 살지 못하게 했다. 그는 남편에게 이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취직을 허용할 것인지 택하라고 했다. 남편은 그를 사랑했기에 이혼을 택할 수는 없었다. 직장인으로 돌아간 그는 곧바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비록 집안 마룻바닥을 깨끗이 닦진 못했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가사도우미를 여러 명 고용할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중국 여성의 경제적 위상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사회적 위상만큼은 가장 높다. 중국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관계는 이미 3세대, 4세대를 이어 내려왔다. 중국 여성들의 조직인 중국부녀연합회는 총공회, 공청단 못지않은 정치적 위상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선 경제가 발전하고 나서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상황은 우려스럽다. 경제가 발전하는데도 여성의 사회적 위상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많은 중국 여성들이 부자에게 시집가는 것을 최고로 친다. 중국 여대생들이 구호처럼 외치는 말이 ‘성공한 남성에게 시집가면 10년을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일 잘하는 것이 시집 잘가는 것보다 못하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낙후된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금전지상주의’가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국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흔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여성들이 오랫동안 다져온 자주의식이 쉽게 사라지진 않는다. 배금주의는 잠깐이다. 언젠가 중국 여성들도 돈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저 돈이 없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기 시작했을 뿐이다.

훙칭보/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