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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25 19:41 수정 : 2009.09.25 19:41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내 평생엔 겪을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일이 8월에 일어났다. 앵글로아메리칸 금융제국의 한 고위 정책결정자가 토빈세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토빈세는 국경을 넘는 금융거래에 붙는 세금이다.

그 고위 관료는 영국 최고 금융감독기관인 금융감독청(FAS)의 어데어 터너 청장이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금융부문과 종종 역겨울 정도의 막대한 금융계 보수 수준을 우려해왔던 터너는, 세계적 차원의 금융거래 과세가 이와 같은 문제들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터너의 언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붕괴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터너의 말은 이제 상황이 크게 변했음을 암시한다.

토빈세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이 1970년대에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는 ‘국제금융이란 돌아가는 바퀴에 모래를 뿌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명해졌다. 토빈은 환율의 지나친 변동을 우려했다. 그는 외환시장을 드나드는 단기자금에 대한 과세가 투기를 억제하고 국내 거시경제 운용의 조정 공간도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빈세는 국외원조와 백신, 녹색기술 등의 확산 운동에 필요한 재원 확보와 비대해진 금융부문의 축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많은 비정부기구와 지지단체들 사이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또 프랑스와 일부 유럽내 지도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터너가 얘기하기 전까지, 세계 금융시장의 두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의 어느 주요 정책결정자도 토빈세에 대해 우호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토빈세의 이점은 장기 국제투자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고 단기적인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경을 넘는 모든 금융거래에 거래액의 0.25%를 세금으로 매긴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즉시 과세액보다 적은 수익을 추구하는 데이트레이딩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장간 시세차익을 노리는 장기 외환거래도 차단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거래 관행의 종언을 슬퍼할 이유가 없다.

반면에 훨씬 장기적 전망을 좇는 투자자들은 토빈세에 의해 크게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본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토빈세가 경제를 총체적으로 잘못 운영하는 정부를 응징하는 금융시장의 기능을 방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토빈세는 엄청난 돈도 거둬들일 것이다. 국제 외환거래에 붙는 적은 세금으로 인한 수입은 매년 수천억달러(수백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확한 토빈세 수입액이 얼마나 되든지 간에 국외원조액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속협상인 도하라운드 무역협상 타결로부터 얻게 될 혜택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고 말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워싱턴에 있는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딘 베이커 소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토빈세 부과를 빠져나가기 훨씬 어렵게 할 여러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금융회사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신고하는 직원에겐 정부가 추징세액의 10%를 포상금으로 줄 수 있다. 이는 자체감시를 위한 꽤 효과적인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토빈세가 장기적인 금융시장의 불화를 조정할 순 없다. 이런 세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을 막지 못한다. 국외 차입을 통해 지속가능하지 않은 통화 및 재정정책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지닌 정부들을 설득해, 이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도 없다.

이런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거시경제적, 금융적 치료약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카지노식 가치를 좇는 세계 금융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길 원한다면, 토빈세는 그 좋은 출발점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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