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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1 21:38 수정 : 2009.12.01 21:38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국제통화기금(IMF)은 왜 나 같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가 그토록 어려운 걸까?

기금은 지난해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 이후 모든 ‘올바른 것’들을 말하고 실행해왔다. 타격을 입은 신흥국들을 위한 새로운 대출창구를 열었고, 구제금융 대출 조건도 개혁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와 탁월한 경제학자인 올리비에 블랑샤르의 지휘 아래, 지구적 차원의 재정 자극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왔다. 얼마 전까지도 시대에 맞지 않는 기구로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대단한 변신이다.

그러나 지금 스트로스칸 총재는 국제시장을 떠도는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에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투기성 거품을 차단하고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단기자본 유입에 2%의 세금을 부과하는 결정에 대해서다. 영국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비친 그의 시각은 “단기자금에 대한 세금 부과는 비용을 수반하게 되며 통상 비효율적이므로, 기금은 그것을 표준적인 처방으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발언은 쇄신된 기금을 훨씬 더 고루하게 만든다.

단기자본의 유입은 국내 거시경제 운용에 엄청난 혼란을 부를 뿐 아니라 환율의 변동성도 키운다.

기금의 시각은 금융시장에 뒤섞인 신호를 보냄으로써, 단기자본 유입을 진정시키려는 브라질 정부의 시도를 망칠 수도 있다. 브라질 정책의 상징성은 신흥국들의 외자유입에 대한 열광이 시들해지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흥국들은 자본통제에 대해 질책을 받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통제방안을 설계하는 데 기금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반응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자본통제에 대한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만일 자본통제를 쉽게 회피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거래 시점을 절묘하게 조작하거나 자본거래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자본유입의 양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다. 또 자본통제가 시장에 세금을 거의 부과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반면 시장 참여자들이 세금을 내거나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비용을 감내한다면, 자본통제는 핫머니 유입을 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자본통제에 관한 스트로스칸 총재의 직관이 과녁에서 그처럼 벗어난 것은 신기해 보일 지경이다. 사람들은 사회주의자, 그것도 프랑스 사회당원이었던 스트로스칸이 금융 회의론 쪽에 더욱 기울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이 실재보다 더 선명한 법이다. 금융시장은 사실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케인스 경제학의 리플레이션 정책을 따른 실험이 실패한 이후 이들 사이에 일어난 생각의 변화는 글로벌 금융 자유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극심한 자본탈출 현상으로 1983년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가 자본통제 정책을 포기하면서, 프랑스 사회당이 정책방향을 급선회해 글로벌 규모의 자본 자유화 정책을 채택했다.


브라질의 금융 조세 방침에 대한 기금의 반응은 금융숭배주의가 얼마나 뿌리깊은지, 그리고 자본흐름에 관한 논의에서 균형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영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서막이 오르고 있던 1945년에 자본통제와 관련해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단(자본흐름의 통제)으로 여겨지던 것이 이젠 정통으로 인준받았다.” 그로부터 60년도 더 지난 오늘날, 자본통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그때처럼 바꿔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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