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25 20:25
수정 : 2010.01.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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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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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미국 정부는 이란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중동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 정부는 2009년 말까지 핵 야망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 미국의 시한을 무시했다. 미국 의회와 정부는 대응책을 저울질하고 있다. 전쟁에서부터 경제제재, 핵시설 폭격, ‘스마트 제재’까지 방법은 다양하다.
지난해 이란 대선 이후 이란 내 반정부운동의 급진화와 세력 확대, 사회적 기반 확대 양상 등 이른바 ‘녹색운동’(당시 개혁파 후보의 상징이 녹색이었다)은 미국의 결단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전면적 외교관계 수립이라는 의무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이란 정권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과 동맹국(이스라엘을 포함한)들이 이란의 신정통치를 전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보장이 오히려 이란의 억압적인 정부를 강화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일까? 내가 볼 땐 그럴 것 같지 않다.
수개월 동안 탄력을 쌓아온 이란의 ‘녹색운동’은 이란 정권이 지금처럼 민주화 시위를 외세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 경우 외국의 압박 없이도 지속될 수 있다. 만일 이란에서 그런 조건이 마련된다면, 녹색운동은 민주주의를 성취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이란은 더는 중동과 세계에 잠재적 위험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국과 서방이 이란 제재를 확대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부정적일 것이다.
첫째, 이란 정권은 지난 30년 동안 제재를 받으면서 그에 대응하고 우회하는 방법을 개발해왔다. 서방의 경제제재는 오히려 이란의 강경보수세력인 혁명수비대의 정치·경제권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제재로 고통받는 사람은 평범한 시민이지 이란 정부가 아니다. 미국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이란의 휘발유 생산 능력이 국내 수요에 못 미치는 사정을 이용해 이란의 국내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국가와 기업을 보이콧하려 한다. 만일 그 계획이 실행된다면 이란의 중산층이 가장 큰 압박을 받게 된다. 이란 녹색운동의 사회적 기반은 중산층이다. 연료 부족에 따른 민주화운동의 제약, 물가와 실업률 상승 등은 그들을 민주적 요구에서 당장의 경제난 해결로 관심을 옮기게 할 것이다. 이란 정권이 모험적인 대외정책을 펼 여지가 넓어질 수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검토중인 군사조처에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중폭격도 있다. 그러나 최근 <뉴욕 타임스>의 보도처럼, 이란 핵시설 대부분은 지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에는 해발 6000m가 넘는 산을 포함해 높은 산들이 많으며, 이란 정부는 핵시설을 이런 산악지대에 감출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이 개발중인 가장 강력한 폭탄도 쓸모없을 것이다.
공중폭격의 확실한 결과는 녹색운동이 분열하고 이란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일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이란의 국민은 국가의식이 매우 강하며, 외세의 침략 앞에 단결할 것이다. 이는 이란 정부의 행태를 바꿀 가장 실질적인 희망인 민중운동을 무력하게 만든다.
미국은 이란 정부나 혁명수비대의 특정 그룹만을 겨냥한 ‘스마트 제재’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혁명수비대의 경제기반을 겨냥하는 것과 같은 일부 조처들은 정확히 제재대상에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란 시민들을 처벌하게 된다.
이란에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지금의 엄혹한 조건에서도 평화적 수단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로 결심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란 국민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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