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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9 19:43 수정 : 2010.03.29 19:43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경제와 금융의 세계에서 혁명은 잘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나도 종종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러나 지난 2월19일 일어난 일은 분명히 국제 금융에서 한 시대의 종언이라 부를 만하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랫동안 지켜왔던 자본 규제에 대한 견해를 뒤집는 정책 보고서를 냈다. 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들은 자본유입에 대한 세금과 기타 제한들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정책 담당자들의 도구로서 “합법적 부분”을 구성한다고 썼다. 국제통화기금이 20년 넘게 피해왔던 ‘상식’을 재발견한 이 보고서는 “적정하게 설계된 자본유입 규제는 유용하게 다른 정책들을 보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불과 지난해 11월만 해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브라질의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 유입 억제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며, 브라질이 취하려던 규제를 “표준적 처방”으로 추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통화기금의 2월 정책 보고서는 놀라운 반전인가?

그러나 이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의 일반적 변화와 일치한다. 보고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뿐 아니라 효과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자본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대는 논거는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언제나 정책 담당자들보다 한 수 위라고 했다.

그런 주장이 사실일지라도 펀드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나라 안과 밖으로 옮겨다니게 되면 펀드들이 추가적인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것은 사실 아닌가? 자본 규제의 첫번째 정당성은 핫머니 유입으로 개별 국가의 통화가치가 과대평가되고 국가경쟁력이 깎이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두번째 정당성은 자본 규제가 금융시장 분위기가 돌변하는 취약성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의 핵심적 변화는 중요하지만, 추가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칠레, 콜롬비아, 말레이시아의 자본 규제 결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있었지만, 적정한 선택에 대한 시스템적 연구는 거의 없었다. 신흥 시장은 민간 영역이 국외에서 돈을 빌려오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에 기대왔다. 세금, 사전예치금제도(단기유입자금 일부를 일정기간 강제로 은행에 예치시키는 제도), 수량규제, 구두설득 등이 그것이다. 금융시장의 복잡성이라는 특성으로 볼 때 골칫거리는 세부사항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을까? 한쪽에서 잘 작동했던 것이 다른 쪽에선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칠레식 사전예치금제도는 복잡한 파생상품이 광범위하게 거래되는 나라에서는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이제 어떤 종류의 규제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지 발전된 지침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다음 가치있는 목표는 국제 자본거래세 부과다. 흔히 언급되는 0.05%의 낮은 세율로도 금융시장에서 단기 투기활동을 억제하면서 국제 공공재를 위해 수조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비정부기구(NGO) 그룹들은 이를 ‘로빈후드 세금’이라고 이름 붙이고 국제적 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과거 금융을 ‘치명적’인 것으로 만든 건 이코노미스트들의 이론과 은행의 정치적 힘의 결탁이었다. 거대 은행들이 여전히 상당한 정치적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다. 반면 지식인들의 분위기가 분명히 이에 반대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지지가 사라지면서, 금융산업은 금융 자유에 대한 집착이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훨씬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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