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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8 19:17 수정 : 2010.05.18 19:17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태도가 결정한다. 누구의 태도냐 하면 첫째 중앙정부, 둘째는 지방정부와 부동산회사 사장, 셋째는 우리 백성들의 태도다.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는 건 백성들의 태도다. 높은 값에 땅을 팔고 뇌물을 많이 받기를 바라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길 바라는 것은 당연히 많은 지방정부(관리)의 태도다. 성장도 보장하고 안정도 유지해야 하니 중앙정부의 태도는 분명하다. 즉 조금씩 천천히 집값이 오르길 바란다.

지난 1년 반 동안 부동산값 폭등을 결정한 것은 지방관리들과 부동산업자들이었다. 중앙정부는 끊임없이 부동산 가격안정 조처를 내놨지만, 지방관리들과 부동산업자들은 중앙정부가 백성들의 분노를 진정시키려고 시늉만 할 뿐이라고 봤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자신들이 은행과 정부를 볼모로 잡았다고 판단했고 거리낌 없이 집값을 올렸다.

중국 정책 조항은 많지만 대부분은 실행하려고 내놓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방관리들은 중앙정부의 태도를 볼 뿐, 명령이나 정책의 내용은 보지 않는다. 언제 정부가 진짜로 행동에 나설지만 주시할 뿐이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경제위기로 이어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정책들은 입에서만 맴돌 뿐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정부가 입만 열면 말하는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막겠다”야말로 모호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은 끝났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신국 10조’(다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제한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투기 방지 정책) 같은 엄격한 조처 때문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처음으로 부동산을 사회안정 문제로 보았고, 부동산 가격이 더는 시장의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모든 정책 문제는 태도의 문제다. 일단 중앙정부의 태도가 분명하면, 지방관리들은 앞다퉈 이를 지지한다. 사실상 이번 ‘신국 10조’는 중앙정부의 관련 부처 지도자들이 최고지도자를 향해 태도를 밝히면서 나온 것이다. 이들이 왜 태도를 밝혔느냐면 최고지도자가 진노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왜 진노했느냐면 원자바오 총리가 양회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맹세하자마자 베이징에서 국영 부동산회사가 최고가에 땅을 분양받는 사건이 벌어져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원자바오 총리의 약속이 말뿐이라고 본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부동산회사 사장이 총리에게 도전한 토지 최고가 매입 사건은 우연한 계기였을 뿐, 중앙정부가 부동산 가격에 대해 모호한 태도에서 결연한 태도로 돌아선 결정적 원인은 백성들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백성들은 지방관리를 두려워하고, 지방관리는 중앙정부를 두려워하고, 중앙정부는 백성들을 두려워한다.

중국의 백성들은 선량하고 힘이 없으며 마음에 참을 인(忍) 자를 새기고 산다. 그러나 폭등하는 집값 앞에서 평생을 아등바등 애써도 월급으로는 살 집 한칸 마련할 수 없는 절망이 모여 백성들의 분노가 되고, 불씨 하나에도 훨훨 타오를 것 같은 마른 장작이 잔뜩 쌓인 것 같은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얼마 전 부동산 폭등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삶을 그린 연속극 <워쥐>(달팽이집)가 베이징 텔레비전에서 절반 정도 방영되다가 “기술적 원인”을 이유로 방송이 중단된 것은,고위 관리들이 부동산 가격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끊이지 않는 강제철거지역 주민들의 분신사건은 더욱 경종을 울린다.

“백성들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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