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17 19:21
수정 : 2012.07.17 19:21
|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는 중·일 양국에 축제 분위기는 없다. 오히려 증폭되는 갈등이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위험수위에 오르고 있다. 수교 20주년을 맞는 중·한 양국의 분위기도 생각보다 별로다. 표면상 양국은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있다. 거기에 최근 한·일 양국이 맺으려 했던 군사협정은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한·일과의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 주변을 돌아보면 역시 다사다난이다. 필리핀과도 그렇고, 베트남과도 그렇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무슨 이유일까? 중국의 부상에 따른 갈등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하나의 요소를 간과할 수 없다. 바로 미국의 ‘아시아 복귀’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겪고 있는 갈등의 배후에는 거의 모두 미국의 그림자가 있다. 결국 최근의 불협화음은 중국과 미국의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냉전 질서가 무너진 뒤 동북아는 새로운 질서 구축기에 들어섰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자국 주도의 질서를 구축하려 했다.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은 그 기반이었고, 북한 문제는 그 기반을 다지는 데 원인을 제공하는 모양새였다.
가장 큰 지각변동은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점차 미국 주도의 질서 구축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9·11 사건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겪으면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했다. 더욱이 미국발 금융위기 때 양국관계는 ‘동주공제’(同舟共濟)라고 표현할 만큼 가까워지는 듯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서도 협력이 돋보였다.
그렇지만 테러와의 전쟁이 막을 내리면서 미국은 아시아로의 복귀를 선언하였다.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찾아다니며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냉전 시기의 군사기지까지 부활시키려 한다. 합동 군사훈련도 빈번하다. 이젠 공개적인 중국 견제를 서슴지 않는다. 중국의 대응도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냉전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바로 이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복귀라는 지각변동에서 일부 주변국들은 경제 면에서는 중국과 공진(共振)현상을 보여주지만 군사안보 면에서는 미국과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냉전을 벌이며 대결로 나아간다면 결과는 어떨까? 미국이 파놓은 함정에 막대한 에너지를 퍼붓고 소련의 전철을 밟아야 할 것이다. 주변국들도 냉전 시기 고통의 딜레마를 다시 겪어야 할 것이다. 특히 동북아 질서 변화의 진원지인 한반도는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고, 남북통일 역시 요원해질 것이다. 결국 미·중이 대결이 아닌 협력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은 미·중만의 몫이 아닌 모든 나라의 몫이기도 한 것이다. 관련국들은 적어도 미-중 대결을 부추기는 역할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질서 구축이란 결국 국가간 관계의 새로운 자리매김이다. 중국과 미국은 패권이 아닌 협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복귀는 현재 진행중인 상태이다. 서로가 축적된 갈등의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상당 기간 진통을 겪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중국은 부상 과정의 많은 문제들을 털고 가야 할 것이다. 현재의 진통이 모두의 긴 고통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패권 다툼이 아니라 주변국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임있는 나라로, 매력있는 문화의 나라로 거듭나는 일일 것이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