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25 19:26
수정 : 2012.09.2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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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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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쿨라 배슬리 나쿨라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기꾼이다. 그는 이슬람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 제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터넷의 힘과 서구-이슬람의 긴장 관계 덕분에 <무슬림의 무지>로 국제적인 스캔들을 일으켰다.
나쿨라는 그 자신과 몇몇 이슬람 공포증을 지닌 동료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대변하지 않았다. 지난여름 영화 개봉식에는 12명 미만의 사람만이 참석했다. 그런데도 왜 이슬람 세계는 이 영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왜 리비아·이집트·파키스탄, 그리고 여타 지역의 항의자들은 나쿨라의 관점을 미국 및 서방세계의 여론과 동일시하는 걸까?
분명한 이유는 ‘마법의 메가폰’으로 기능하는 인터넷의 역할이다. 싸이에게 물어보라. 싸이는 강남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한국의 과시적 소비를 어떻게 조롱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남 스타일’을 선보였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루이스가 쓴 책 <넥스트>를 보면, 조숙한 10대 마커스는 ‘인터넷 신분’으로 법률 사이트에서 질문들에 답하며 자신이 개업 변호사인 것처럼 사람들을 믿게 했다.
나쿨라는 영화제작자 샘 배실로 행세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싸이나 마커스와는 달랐다. 그는 이슬람과의 대결을 촉발시키길 원했다.
나쿨라의 이슬람 왜곡은 새로운 게 아니다. 로버트 스펜서의 책이나 패멀라 겔러의 웹사이트에서도 똑같은 선동적인 내용들을 볼 수 있다. 과거의 논쟁들이 토양을 만들어줬다. 2005년 덴마크 신문에 실린 무함마드에 관한 만화들,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플로리다 목사 테리 존스의 위협, 뉴욕 그라운드제로 회교사원에 관한 레토릭 등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이슬람 세계가 격하게 반응하는 좀더 깊은 이유는 서방의 레토릭보다 그들의 정책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소말리아에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또 부패하고(아프가니스탄), 전제주의적이고(사우디아라비아), 개혁에 저항하는(바레인) 이슬람 정부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미국의 전쟁, 그리고 동맹국들이 편 정책의 피해자들은 거의 이슬람 사람들이다. 미군은 코란을 불태우고, 주검에 방뇨한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아프간 전쟁을 하면서 서양이 현대적인 십자군전쟁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서양이 ‘십자군전쟁 2.0’을 치르고 있다고 이슬람 세계가 믿는 게 놀랍지 않다.
그러나 부분을 전체로 오인하는 것은 이슬람 세계 특유의 질병이 아니다. 모든 이슬람교도들이 선천적으로 폭력적이라고 “증명하기” 위해, 이슬람 공포증 환자들은 9·11 공중납치자들과 탈레반 극단주의자들,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광신자들을 지목한다. 그러나 이들의 실체는 나쿨라가 미국의 소수 과격파인 것처럼 이슬람의 소수 과격분자들이다.
이 두 거울 이미지의 무리들이 서로 폭력을 조장하면 할수록 관심을 끈다.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들이 붐비는 영화관에서 “불이야” 하고 계속 외친다면, 정말로 혼란이 대화재를 불러올 것이다.
우리는 십자군 전사와 지하드 전사가 관심의 중심에 서도록 해서는 안 된다. 반대 세력이라기보다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서방과 이슬람은 손을 맞잡고 원을 형성해 이 극단주의자들이 주변부에만 머물도록 해야 한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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