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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30 19:14 수정 : 2012.10.30 19:14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긴장이 격화된 한-일 관계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양국 정부 모두 상황 악화를 피해 관계회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둘러싸고 중-일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으로서는 한-일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상책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단독 제소하겠다고 공약까지 한 노다 총리도 그 실행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단독 제소로 얻는 실익이 적은 것에 더해서 한-일 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미국의 영향력도 배후에 작용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일본의 여론 동향이 한-일 관계의 회복을 지지하고 있는 것도 일본 정부의 정책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에는 주류 미디어를 포함해 감정적인 한국 비판이 일거에 확산되었다. 그러나 점차 한-일 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들이 여러 방면에서 제기되면서 일본 내 논의도 조금씩 냉정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영토 내셔널리즘을 자극해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들과 극한 대립을 계속하는 것이 경제를 포함해 일본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이 일본 사회 한편에는 존재한다. 정치가들보다 일반 시민의 반응이 좀더 냉정하고 현실적이라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지난 20여년간 급속히 진행된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 의존과 사회적 교류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정부간 충돌에도 불구하고 민간교류나 경제관계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격한 반일시위가 일어난 중국과 달리 한·일 양국 사회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9월 말에 열린 연례행사 ‘한-일 교류 마쓰리(축제)’도 일부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예년과 같이 치러졌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일 관계, 특히 역사와 영토 문제를 둘러싼 한국 쪽 입장에 대한 관심도 오히려 높아졌다는 느낌이다. 8월 이후 일본 각지에서 강연 등의 기회를 몇 차례 가졌는데, 참가자가 애초 예상보다는 늘어난 경우가 많았다. 어디에서나 관심이 높았다. 참석자 중에는 물론 한국을 비판하는 질문과 의견이 많았지만, 개중에는 한·일 양국의 주장과 논리 사이의 차이를 알고 싶어하는 질문도 적지 않았다. 일본 언론도 일본 쪽 주장만을 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욕구이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반 시민들은 예컨대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2005년 한-일 회담 문서 공개 이후 어떠한 논리를 가지고 어떤 조처를 취해 왔는지, 또 일본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일본의 일반 시민뿐만이 아니라 언론계 등에서 일정한 위치에 있는 여론주도층조차도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 쪽 논리와 주장에 대해 사실적 지식과 인식이 결여된 경우를 자주 접한다. 특히 1965년 한-일 협정과의 관련성을 두고선 왜 한국이 이 문제를 별도로 제기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인 전달이 부족하다. 이야말로 최근 외교의 중심과제가 되고 있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가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역사인식의 골을 좁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한·일 양국이 각기 새로운 정부가 시작될 경우, 과거사 문제를 토대로 한-일 관계를 재구축하는 작업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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