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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06 19:13 수정 : 2012.11.06 19:13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1950년대 마오쩌둥은 “50년 후의 중국은 대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문화대혁명 때에는 “불칭패”(不稱覇: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개혁개방을 하면서 중국은 “평화굴기”(平和

起: 평화롭게 우뚝 선다)와 “조화로운 세계”를 주창하였다. 그래도 오늘의 중국에는 ‘패권’이란 단어가 늘 따라다니고 있다. 마오가 예언한 50년 후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중국이 정말 ‘패권’으로 나가기 때문일까?

세계 역사를 보면 고대든 근대든 패권에 도전하지 않은 신흥대국은 없었다. 어찌 보면 세계 역사란 패권국과 도전국이 전쟁을 통해 자리바꿈을 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패권은 강대국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였다. 현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패권을 다투었고, 냉전이 종식된 뒤에는 세계 유일의 초대강국인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여 왔다.

신흥대국인 중국 역시 패권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바로 이 역사 패턴이 관성으로 재현되리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패권이란 한마디로 다른 나라에 대한 통제권과 지배권을 의미한다. 사실 개혁개방 30년 동안의 중국은 이와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중국의 패권’을 운운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중국의 앞날을 지난 역사 패턴에 미리 가두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많은 행위 방식을 패권으로 풀이하려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패권으로 나가려 하고 또 나가게 되는 것일까?

이제 시대는 고대 영토를 확장하고 근대 식민지를 쟁탈하던 제국주의, 식민주의 시대가 아니다. 각 나라의 주권의식이 지금처럼 고조된 적이 없다. 주권은 곧 평등권이고 국제질서이다. 약육강식의 패턴이 이제는 쉽게 통하지 않는다. 거기에 글로벌화, 지역경제블록화가 추세이다. 주권의식의 강화와 글로벌화가 결합되면서 범세계적인 사회화, 민주화가 이루어져 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제 타국의 주권을 조종하고 통제하며 빼앗던 패권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혹자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고 하는데, 패권의 의미를 음미해보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은 중국만이 아닐 것이다. 다른 신흥국들은 두말할 것 없고 각 나라의 주권의식 고조도 ‘도전’일 수 있다. 글로벌화와 지역경제블록화도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중국이 패권을 추구한다면 무엇을 얻게 될까? 한마디로 시대에 대한 역행으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패권은 결코 중국이 추구하는 패턴이 아니고, 또 아니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심각한 전환기에 있다. 자원과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식량 부족, 대량살상무기 등의 문제들은 이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거기에 패권이 가세하면 ‘세계의 종말’도 멀지 않을 것이다.

‘패권’은 이제 세계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이젠 세계적인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세계체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 이러한 것을 선도해 나가는 책임 있는 주도형 대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형 대국관계론’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중국은 이제까지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국의 길을 찾아나가려 하는 것이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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