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5 19:17
수정 : 2013.12.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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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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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몇몇 친구들과 국가보안법에 대해 논쟁을 했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이 불완전할지 모르지만 북한이 여전히 한반도를 무력 통일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다는 걸 내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예로 들면서 그 위협이 가상적인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로운 사람들이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것이었다.
똑같은 논리를 나는 미국에서 과거 냉전시대는 물론이고 현재 테러와의 전쟁에서 들었다. 공산당-지금은 테러리스트-이 오랫동안 미국 헌정을 전복시키고 민주주의를 뒤엎으려고 해왔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선 미국인들은 시민적 자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침해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이런 사례는 정부가 사용하는 논리라는 점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현재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1950년대와 현재 미국 정부는 모두 위협이 실제보다 훨씬 크다고 상상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정책들을 만들어낸다.
미국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반공산주의 선동을 했던 1950년대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매카시는 1950년 2월9일 연설에서 미국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산주의자들이 도처에 있다는 인상을 남기려 했다.
미국에도 정말 공산주의자들이 있긴 했다. 1930년대 노조 조직가들과 남부지방의 반인종주의 운동가들, 그리고 상당수 지식인들이 공산당에 매료됐다. 2차대전 기간 미국과 소련이 동맹국이었을 때 공산당은 ‘통일전선’ 정책을 추구했다. 1948년 대선에선 헨리 월리스 후보가 많은 공산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선 2.4%의 득표를 얻는 데 그쳤고, 공산당원은 1945년 10만명에서 1950년에 5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일부 공산당원들이 영향력 있는 지위에 있긴 했으나 공산당 자체가 미국에서 결코 강력하지 못했고, 매카시가 마녀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쇠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카시는 당시 미국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공포문화를 조성했다. 그래서 시민권 운동과 노조 운동, 무기통제 이니셔티브 등 훌륭한 노력들에 그늘을 드리웠다.
요즘엔 공산주의자 색출이 대개 테러리스트 사냥으로 대체됐다. 알카에다 지지자들이 미국을 계속 위협한다는 인식은 미국 애국법, 수천명의 무슬림 구금, 국내 감시장치 확장 등의 근거가 되었다. 현재의 마녀사냥은 미국 고위직에 알카에다 동조자가 한 명도 없는데도 훨씬 더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보자. 지난 15년 사이 나는 수십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나는 한국의 경제 성장 규모와 시민사회의 강인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최근 몇년 동안 이상한 역설을 목격했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영향력은 쇠퇴했지만 남한 정부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 것처럼 대응해왔다. 국제앰네스티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보안법은 이전보다 더 강력하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남한 정부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한 사건 수가 두 배로 늘었다.
물론 북한은 여전히 (남한이 여전히 북한 전복을 시도하는 것처럼) 남한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은 미지의 핵능력을 갖고 있어도 군사력과 지역·국제 영향력, 경제력 측면에서 과거보다 약하다. 더욱이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남한 좌파들조차도 한때 북한 체제에 대해 갖고 있었던 긍정적 평가를 대체로 포기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북한이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196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모호하게 쓰인 국가보안법의 활용은 북한을 포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을 더욱더 어렵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채택했던 포용정책의 핵심인 인적 접촉은 다시 한번 의심을 받는 행위가 되었다. 미국에서 매카시즘은 결국 데탕트(긴장 완화)로 대체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내 반대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대폭 개정하고 한국판 매카시즘을 끝내는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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