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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02 18:51 수정 : 2014.02.02 21:43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최근 많은 정치인과 경제 전문가들은 2013년 1~3분기에 영국 경제가 2.8%의 성장률을 보이자, 지난 3년 동안 영국 정부가 추진해온 긴축정책 덕택이라며 반가워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2.4%로 잡았다.

긴축정책의 성공을 기뻐하는 이들은 샴페인을 터트리기 전에 수치들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지 모른다. 보수당이 긴축 정책을 펼친 이후 3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2%였다. 경기 후퇴 동안 잃어버린 경제 규모를 회복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의 전망대로 경제가 성장한다고 쳐도, 1인당 기준으로 하면 영국은 여전히 2007년보다 소득이 4% 더 적다. 이것을 성공이라고 부른다면 진짜 실패는 어떠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게다가 긴축이 성공했다고 믿는 이들은 영국 경제가 매우 건강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경기 회복은 부동산 거품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 실질 주택가격이 2007년에 찍은 정점만큼 올라가진 않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론 정부가 주택 구매자에게 많은 지원금을 제공한 덕분이다.

영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보다 20%가량 적지만, 주택 가격의 중간값은 미국보다 50% 더 높다. 영국은 작은 섬나라이고 미국은 땅덩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이 차이가 왜 갑자기 집값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1990년대엔 미국 집값이 영국보다 높았다.

거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안 된다. 거품이 터지면 사람들의 삶과 꿈이 파괴된다. 빚을 많이 진 주택 소유자들은 자산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볼 것이고, 집값보다도 더 많은 빚을 지게 된다. 거품이 만들어낸 자산 가치는 거품과 함께 증발한다. 영국은 또다시 경기 후퇴에 돌입하게 된다. 악성 저당에 뒤통수를 맞은 채무자들이 넘쳐나며 새로운 금융위기가 뒤따를지 모른다.

이는 매우 끔찍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재선을 갈망하는 정치인들은 최소한 투표일 전까지는 이 거품을 유지시키겠다는 도박에 기꺼이 패를 던질 것이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칭찬하면서 거품의 징표와 경고를 무시하는 고분고분한 경제 전문지들에 의존하면서 말이다.

일본은 다르다. 2012년 말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는 영국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경기 진작을 위해 의도적으로 재정 적자를 늘렸으며,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정책을 취하도록 했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처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놀랍도록 긍정적이다. 일본 경제는 2013년 1~3분기에 3.2% 성장했으며, 국제통화기금은 2014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상했다. 만약 일본 정부가 4월에 증세를 통해 경기 진작 정책을 부분적으로 뒤집지 않는다면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영국과 비교하면 일본의 상황은 더 좋아 보인다. 영국은 인구가 연간 0.6% 성장하는 데 반해 일본 인구는 매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1인당 기준으로 보자면 2013년 말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007년에 비해 2% 더 많다.

정책적 노력으로 인해 일본은 2013년 물가상승률 1.2%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일본 정부의 이런 정책이 부채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증거가 없다. 장기채권 금리는 0.6%에 불과하다. 이는 명목 금리를 낮게 유지해 실질 금리를 낮추면서, 물가상승률을 높게 유지한 그동안의 노력이 성공했다는 얘기다. 낮은 실질 금리가 경기 부양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투자는 지난해 일본 경제를 성장시킨 동력 중 하나였다.

물가 상승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일본의 실험은 예상할 수 있었던 것만큼 유망해 보인다. 반면 침체에 가까웠던 지난 3년 영국 경제를 성공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두 나라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때 영국이 취한 긴축과 거품 정책이 많이 채택될 것 같진 않다. 불행하게도 긴축 지지자들은 경기 부양론자들보다 언론과 더욱 친화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영국의 긴축정책에 대한 열띤 설명에 기대를 걸 수 있었던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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